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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씨 개명 미화?…논란 일으킨 시집, 인천에 배포돼

'이름 한번 예쁘구나' 창씨개명 미화작품 버젓이 수록

인천시, 뒤늦게 문제 파악해 시선집 회수·폐기하는 방안 검토

인천광역시가 작년 12월 발간한 시선집 ‘문학산’./출처=인천광역시 제공




인천시가 발간한 시선집 ‘문학산’에 창씨 개명(일본식 성명 강요)을 미화하는 작품이 수록된 것이 밝혀져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인천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인천시는 작년 12월 유네스코로부터 ‘2015 세계 책의 수도’로 선정된 것을 기념하여 인천을 배경으로 한 시와 인천 출신 시인이 쓴 시 173편을 엮어 시선집 ‘문학산’을 발간했다. 그런데 수록된 작품 중 하나에 일제강점기 시절 창씨 개명으로 바꾼 일본 이름을 예쁘다고 표현하는가 하면, 창씨 개명한 선생님을 아름다운 시인으로 생각했다는 문구가 나와 문제를 일으켰다.

논란이 된 작품은 총 252쪽의 시선집 가운데 251~252쪽에 실린 홍모(85·여)씨의 ‘시인의 모습’이다.

예를 들어 ‘집에 돌아가 우리 선생님이 창시개명해서/ 靑松波氏 선생님이라고 말씀 드렸다/ 아버지도 당장 말씀하셨다/ 아 이름 한번 예쁘구나/ 너희 선생님은 너희 선생님은 詩人이시구나/ 종이에다 붓으로 먹물을 찍어 靑松波氏라고 쓰며 계속 감탄하셨다’는 시구는 창씨개명을 찬양하는 느낌을 준다.

인천시는 1500부를 발행해 시내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에 배포했었지만 문제의 시가 시선집에 수록된 것이 적절치 않았다고 인정하고 시선집을 회수·폐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논란이 된 수록 작품, ‘시인의 모습’./출처=시선집 ‘문학산’


일선 학교 교사들은 “일제의 창씨 개명 정책을 미화하는 시를 학생들이 여과 없이 읽을 경우 학생들이 자칫 친일 역사관을 형성할 수도 있다”라고 우려하며 시집의 회수와 폐기를 강력히 요구했다. 또 “시인이 창씨 개명을 한 뒤 수업을 통해 자랑스럽게 공개하는 태도와 아버지의 반응은 분명 창씨 개명을 예찬한 것이다. 인천시가 이런 시를 인천을 대표하는 시집에 수록했다는 자체가 한심스럽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덧붙였다.

인천시는 29일 오후 긴급 편집·자문위원회를 소집해 시집 회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당시 자문위원들이 엄선한 시집이다. 일부에선 전체적인 맥락에서 시를 보면 친일시라고 보기 어렵고 저항시에 해당된다는 시각도 있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회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수백 편의 시를 대상으로 시선집에 수록할 작품을 고르는 과정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품을 미처 걸러내지 못한 것 같다”며 유감의 뜻을 전했다.

/이재아인턴기자 leejaea55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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