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로 금값이 연일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금은방은 울상이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는 물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30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국내 최대의 귀금속 상가 밀집 지역 종로3가 일대. 점심시간을 앞두고 거리에는 많은 사람이 오갔지만 거리를 향해 문을 열어놓은 귀금속 매장은 적막이 느껴질 정도로 한산했다. 인근에 있는 약 700여개의 귀금속 판매장이 모여 있는 ‘세운스퀘어 귀금속·시계·명품 도매점’에도 매장을 찾은 고객보다 점원이 훨씬 많은 진풍경이 연출됐다. 점원들은 가끔 점포를 오가며 상담을 하는 고객에게 “지금은 금값이 많이 오른 상태이니 다음에 오시는 편이 낫다”고 권했다.
귀금속 시장 침체의 원인은 지난 24일 발표된 브렉시트다. 23일 1돈(=3.75g)당 18만9,000원이었던 국제 금시세는 브렉시트가 발표된 24일에는 20만7,000원으로 하루 만에 가격이 10% 이상 급등했다. 국제 금 시세가 급등하자 금의 소매 가격도 덩달아 뛰었고 이에 귀금속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23년째 이곳에서 귀금속 소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영해(56·여)씨는 “브렉시트로 금값이 오르면서 손님이 자취를 감췄다”며 “상담을 했던 고객들이 금값 폭등으로 주문을 미루거나 취소하고 있으며 매장에서도 단골손님에게 급한 상황이 아니면 매입을 조금 기다려보라고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2월7일에도 (국제 금 시세가) 하루 만에 1만원이 뛰지는 않았다”며 “해외에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나오는 대형 테러가 발생해도 변동은 하루에 2,000원 내외”라며 울상을 지었다.
시세 급등으로 특히 고객에게 주문을 받아 계약서를 작성한 뒤 공장이나 도매상에게 귀금속을 주문하는 소매상들이 큰 피해를 봤다. 인근에서 또 다른 귀금속 소매점을 운영하는 이주호(34)씨는 “브렉시트가 발표된 날 국제 금 시세 급등에 수백 개 소매상이 모여 있는 이 일대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며 “마치 초상집 분위기 같았다”고 말했다.
젊은 층의 결혼이 계속 감소하는 가운데, 여름 결혼을 꺼리는 우리나라에서 귀금속 시장의 전통적인 비수기에 해당하는 6월에 브렉시트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까지 겹치자 상인들은 “장사를 시작한 이래 최악의 불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도매시장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드물지만 귀금속 상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골드바(1㎏의 금덩어리)를 판매하는지 묻는 노인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골드바를 판매하는 한국금거래소 종로 본점에서 만난 직원은 “브렉시트 이후 금값이 오르기는 했지만 가장 비쌀 때보다는 많이 빠진 금액”이라며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 1주일이 지나면서 급등한 국제 금 시세가 조금씩 안정되고 외환시장이 요동치자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할 시점이라고 판단해 골드바를 찾는 고객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양사록·박우인기자saro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