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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고은 "한국 현대시, 한 세기 만에 세계와 호흡"

경기인재개발원 인문학아고라 찾아

육당이 쓴 '海에게서 소년에게'

근대·세계에 눈뜨게 한 출발점

한국 문학·가치관에도 큰 영향

日문학 모방 통해 탄생한 현대시

세계적 수준으로 거듭난 것처럼

바다 향한 진취적 기상 자각해야





고은(83 ·사진) 시인의 시(詩) 인생은 한국 현대시 반세기 시점부터 시작됐다. 시인 조지훈과 서정주의 추천으로 고은이 등단했던 지난 1958년은 육당 최남선이 쓴 최초 현대시 ‘해(海)에게서 소년에게’가 나온 1908년에서 정확히 50년 후다. 육당과도 친분을 맺는 등 근대시 개척자들의 동시대 일부를 함께 했던 고은은 한국 시가 우리 근대사만큼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한다.

그는 최근 경기 수원 파장동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인문학아고라에서 “현대시가 비록 일본 문학의 모방으로부터 시작됐지만 한 세기 만에 세계와 호흡하는 수준으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단국대 석좌교수인 고은은 대표작 ‘만인보’를 비롯해 시집·산문집 등 150여권의 저서를 펴냈다.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되기도 했던 그는 수년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됐고 작품들이 세계 25개국에서 번역서로 출간되며 해외에서 널리 알려진 원로 문인이다.



시인은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제목부터 국어 표현상 자연스러운 ‘바다로부터’라고 쓰지 않은 어색하고 불완전한 시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1910년 한일병합 직전 백척간두 조선에 대한 한탄과 절망을 딛고 새로운 사회 건설의 희망을 담은 육당의 시가문학은 물론 가치관에도 영향을 준 큰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최남선을 비롯해 한국 최초 근대 장편소설 ‘무정’을 쓴 춘원 이광수, 소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는 당대 조선의 3재(三才)로 불렸다. 고은은 “신사유람단의 일원으로 일본에 건너간 육당이 홍명희·이광수 등과 교류하며 세계에 눈을 뜬 게 이 시의 탄생배경”이라며 “당시 육당이 일본에서 영국 등 서구 해양문학의 번역본을 보고 감명받아 바다를 소재로 한 근대시를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은은 조선후기 봉건사회가 민족성을 잃은 시대라고 정의했다. 동북아 해상을 제패했던 고대 발해와 만주를 누볐던 기마민족 고구려의 기상이 사라진 시대다. 시인은 “조선후기 바다가 위험하다며 배를 팔고 말도 처분해 밭 갈고 편히 산다는 시조가 유행할 정도였다”며 “두려움의 존재로만 각인된 바다를 문학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조선도 세계를 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대양과 세계를 몰랐던 시기에 우리도 바다를 가질 수 있다는 해양사관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한국의 근대를 열어준 시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문학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시인은 자평한다. 그는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선보였던 자신의 시 ‘1인칭은 슬프다’를 소개했다. 당시 이 시는 전체주의의 몰락과 가치혼돈, 무한경쟁의 삶을 통찰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파격적으로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룬트샤우 1면 머리기사에 한글 자필시와 독일어 번역글이 함께 실렸다.

그는 “우리 민족이 대대로 중앙아시아의 피가 흐르고 있고 역사적으로도 바다를 알고 있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세상은 자신만의 가치관과 목적을 찾아 나서기 힘든 시기”라며 “우리 청년들은 ‘고귀한 목적’을 가진 삶을 살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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