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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공매도 공시제, 내외국인 공정한 게임인가

증권부 박호현 기자





공매도 제도 개선 운동에 참여한 한 개미 투자자는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지금까지 공매도를 친 국내 기관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180도 바꿨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공매도가 몰린 증권사 계좌 해지 운동과 관계사 상품 불매 운동까지 불사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던 그였다. 그는 통화 내내 “할 말이 없다”고 착잡해했다. 지난 5일부터 시행된 공매도 공시제 때문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본 개미 투자자들은 허탈했다. 공시를 통해 아무것도 얻을 정보가 없고 투자전략 수립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아서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공시 이후 정보의 질은 예전 그대로였다. 정작 궁금했던 외국인이 특정 종목에 얼마나 공매도를 쳤는지는 알 길이 없다. ‘공시제, 그래서 뭐’라는 반응이 나오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공매도 공시를 통해 투자전략을 바꿀 수 있는 근거는 없어 보인다. 공시에서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정보는 당초 알려진 것보다 외국계가 훨씬 많은 공매도를 한다는 사실뿐이었다. 여의도 증권가조차도 다소 놀라는 분위기다. 전체 공매도 공시 대상 증권사 중 외국계가 무려 97%나 차지할 정도로 외국계 일색이었다. 국내 기관은 다 합쳐봐야 14개 종목에 공매도를 했지만 모건스탠리 하나만 248개 종목에 공매도를 쳤다.



이번 공매도 공시에서 새롭게 나온 것은 결국 ‘누가 했느냐’뿐이다. 하지만 이는 투자에 큰 의미 있는 정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일반 투자자들이 허탈해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매도 공시의 골격을 ‘누구’에서 ‘어떻게’로 대폭 수정할 필요가 있다. 수량은 얼마나 되는지 잔고 보유 기간은 얼마나 긴지 등 공매 주체의 행동에 포커스를 맞춰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공매도 공시를 찬찬히 살펴보면 공정성 문제도 제기된다. 전 세계적으로도 보편적으로 쓰이는 공매도 전략을 과연 국내 증권사나 헤지펀드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만약 국내 토종 증권사가 모건스탠리처럼 248개 종목에 공매도를 쳤다면 국내 여론은 어땠을까. 개미들의 상품 불매운동, 계좌해지 홍보 등 과연 관련 증권사들이 영업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다. 반대로 모건스탠리 같은 외국투자자가 아무리 공매도를 친다 한들 국내 개미들의 성토와 비판적인 여론은 공허한 메아리일뿐이다.

공매도 공시가 지금처럼 ‘누가 공매도를 했는지’에만 집중 된다면 결국 공허한 여론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결국 국내 기관의 공매도 투자전략을 줄어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에 비해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게 분명하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공시제가 국내외 플레이어 사이에 불공정한 게임의 룰로 적용되는 지는 않는지 고민해야 봐야 할 것이다./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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