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장마는 6월 하순에 시작해 7월 하순 정도에 끝난다. 현재 장맛비는 소강 상태지만 곧 다가올 태풍 ‘네파탁’이 점차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게 기상청 예보다. 이 시기는 덥고 습한 공기 때문에 음식물이 상하기 쉽고 땀은 나지만 높은 습도로 증발이 잘되지 않아 각종 피부질환에 걸릴 위험도 높다. ‘끈적끈적한’ 습도와의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위생관리 방법과 이 시기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우리 몸 구석구석에 대해 알아봤다.
◇세균들의 천국, 수시 소독이 해법=특별히 장마와 태풍이 잦은 이 시기에만 사는 세균은 없지만 온도·습도가 높아지는 장마철에는 세균 번식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다. 살균 효과가 있는 햇빛의 양도 절대적으로 줄어 세균이 들끓기에 안성맞춤인 환경이다. 이때 장티푸스·이질·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전염병’ 발병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오염된 물과 변질된 음식을 통해 주로 발생하며 설사가 주된 증상이다.
장티푸스는 고열과 두통·설사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병이 심해지면 2~3주 뒤부터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과 탈진 상태에 이르며 몸에 열꽃이 피고 피가 섞인 변이 나온다. 장출혈·뇌막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질은 용변 등으로 오염된 물과 변질된 음식을 통해 감염되며 전염성이 강하다. 이질균은 물속에서 2~6주 동안, 흙에서는 수개월 간 살 수 있다. 위산(胃酸)에도 잘 죽지 않기 때문에 손에 조금만 묻어 있거나 200개 정도의 균에 감염돼도 이질을 일으킬 수 있다. 이질균은 구역질·구토 등 초기 증세에 이어 3~6주 내내 하루에도 수차례씩 설사를 한다. 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끈적끈적하고 덩어리진 점액이 떨어져 나오기도 한다.
콜레라는 장마 끝에 주의해야 할 대표적 전염병이다. 2∼4일간의 잠복기가 지난 뒤 심한 설사와 탈수현상으로 갈증을 느끼는 증상부터 나타난다. 그 뒤 시간이 지날수록 혈압이 떨어지면서 피부가 푸른색으로 변하고 정신상태가 불안해진다. 콜레라는 걸릴 경우 어린이나 노약자 상당수가 목숨을 잃는 무서운 전염병이다.
활발한 세균들의 활동은 식중독 등 식인성 질환 발병에도 영향을 준다. 가장 빨리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이다. 이 균에 오염된 음식물을 먹으면 1∼6시간 내에 구토와 설사를 하게 된다. 김영식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때 항생제나 지사제 복용보다는 충분한 수분 공급을 먼저 해주는 게 좋다”며 “약물 복용이 외려 증상을 오래 지속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충분한 수분 섭취와 안정을 취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생선·조개 등 어패류를 날로 먹었을 때는 ‘비브리오 패혈증’ 같은 질환이 생길 수 있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여름철 전염병 중 치료를 해도 환자의 절반 이상이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바닷물에서 서식하는 비브리오균은 해수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여름에 급격히 증식한다. 통상 균이 한두 마리 몸속에 들어간다고 발병하는 것이 아니고 대개 10만개 정도가 침입해야 발병한다. 김 교수는 “생선회·생굴 등 날 해산물을 먹은 만성간염·간경변증 환자에게 주로 발생한다”며 “환자의 90% 이상이 40~50대 남자”라고 말했다.
자칫하면 죽음에도 이르게 하는 병이지만 이 같은 질환들은 대부분 철저한 손 씻기, 물과 음식물 끓여 먹기, 행주·도마 등 조리기구의 청결과 소독, 음식물 오래 보관하지 않기 등 기본 위생수칙만 잘 실천해도 상당수 예방할 수 있다. 채소나 달걀을 날로 먹거나 과일 껍질을 벗기지 않고 먹는 일은 피하고 칼·도마·행주는 끓는 물에 수시로 소독한 뒤 가능하면 바짝 말려 사용하는 게 좋다. 육류를 썰 때는 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 플라스틱 도마를, 과일이나 채소를 썰 때는 나무 도마를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긁적긁적, 무좀 등 ‘곰팡이성 질환’ 기승=장마철에는 머리·턱수염·손과 발·사타구니 등에 곰팡이로 인한 무좀과 염증성 피부염 등이 생기기 매우 쉽다. 가장 기승을 부리는 것이 ‘무좀’이다. 무좀의 정식 명칭은 ‘족부백선’이다. 백선은 각질을 영양분으로 삼아 기생하는 진균 때문에 생긴다. 발생 부위에 따라 머리에 생기는 두부백선, 몸에 생기는 체부백선, 손에 생기는 수부백선, 발에 생기는 족부백선, 손톱·발톱에 생기는 조갑백선 등으로 나뉜다. 족부백선(무좀)은 백선 중에서 가장 흔한 질환으로 전체의 33~40%를 차지한다.
무좀 예방은 청결과 통풍이 관건이다. 샤워 후 깨끗한 수건으로 발가락 사이의 물기를 제거하고 드라이기로 발을 완전히 말리는 게 좋다. 신발은 서너 켤레를 준비해 내부를 충분히 건조시킨 뒤 신고 오랫동안 구두를 신고 있어야 한다면 회사 등 근무지에서는 통기성이 좋은 실내화를 신는 게 도움이 된다. 주 1회 신발에 항진균 스프레이를 뿌려주는 것도 좋다.
혹시라도 무좀이 생겼다면 부끄럽다는 이유로 감추고 민간요법에 의지해 혼자 치료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흔히 잘 알려진 민간요법 중 하나가 살균작용이 있다고 알려진 빙초산·식초 등을 발에 사용하는 것인데 섣불리 사용했다 화학적 화상을 입거나 2차 감염을 유발할 수 있어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고온다습한 이 시기는 집 먼지나 진드기가 기승을 부리기에 좋은 환경이다. 알레르기 질환인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아토피 등의 증상이 악화할 수 있으므로 집안 청결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수시로 환기를 시켜주고 반드시 진공청소기를 사용해 침대·매트리스·소파·카펫까지 구석구석 꼼꼼히 청소해야 한다. 이불 등 침구류는 더운물에 삶아 빨고 햇볕이 드는 날 잘 말려주는 것이 좋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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