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18일(현지시간) 2016년 대선 정강에서 북한을 ‘노예 국가’라고 규정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트럼프의 핵심 노선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도 정강에 새롭게 반영해 공화당 무역정책 기조가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 전환됐음을 알렸다.
공화당은 이날 전당대회와 웹사이트 등을 통해 공개한 정강에서 북한을 꼭 집어 ‘김씨 일가의 노예 국가(Kim family’s slave state)’라고 지칭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북한·이란·이라크를 묶어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부른 것보다도 더욱 강경한 표현이다. 지난 2012년 공화당 정강에서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이란과 묶어 ‘불안정한(unstable) 정권’으로 지칭했다.
미 공화당은 또 “북한이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이란은 이에 다가섰다”며 북한을 사실상 핵미사일 보유국으로 인정했다. 2012년 “이란·북한 등 불안정한 정권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 탑재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을 결정했다”며 북한을 잠재적 핵미사일 보유국으로 평가했던 것보다 한 단계 나아갔다. 이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핵미사일 등 전통 살상무기를 넘어 전자기펄스(EMP)가 “이론적 우려가 아닌 실제적 위협”이라는 내용도 올해 새롭게 포함됐다. 미 공화당은 “중국·러시아가 (EMP를 이용한) 기계·장비의 파괴를 전쟁계획에 포함했다”며 “그럼에도 미국의 수많은 전자기기들은 EMP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정강에 담았다. “더 나은 무역협정이 필요하다”는 문구가 새롭게 들어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시도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의 중요성을 언급한 부분은 2012년 정강에서와 달리 빠졌다. 무역 역조를 바로잡기 위해 상계관세 등을 부과하겠다는 대상도 과거에는 중국만 지목했지만 이번에는 ‘협조를 거부하는 다른 나라들’로 확대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