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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회사의 목적은 이익이 아니다

연세대 철학과 교수

< 28 > 조직 운영의 度

이기적 목적에 열올리는 회사

사회 좀먹는 '마피아'와 같아

상생 선순환 힘쏟는 기업만이

지속가능한 발전 이룰 수 있어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중학교 2학년짜리 소녀가 한 명 있었다.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얘야! 너는 왜 그 일을 하고 있니? 힘들텐데….”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예, 저는 8월 말까지 5만원을 모아야 해요!” “그건 어디다 쓰려고 그러니?” “네 엄마 생일날 습진약을 사드리려고요! 늘 우리를 위해서 식당에서 일하셔서 손이 엉망이거든요!” 참으로 착한 소녀다. 그런데 우리는 이 소녀에게서 무슨 교훈을 얻는가. 5만원을 모으는 것은 소녀가 일하는 목표다. 수단은 아르바이트다. 그러면 소녀가 일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어머니의 손을 낫게 하는 것이다. 이 소녀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와 중요성을 분명히 알고 있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목적은 이익이 아니다. 이익만을 목표로 하는 조직은 진정한 목적이 없거나 아니면 목적과 목표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돈을 못 버는 조직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말을 종종 한다. 그렇지 않다. 그들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목적이 훌륭하다면 누군가가 지원해서라도 존치시켜야 한다. 존재할 필요가 없는 조직은 셋 중의 하나다. 첫째, 아예 목적이 없이 목표만 있는 조직이다. 대개 그 목표는 자기 조직의 자기 이익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그 조직을 대신해 계속 유지시켜줄 것인가. 둘째, 목적이 불분명한 조직이다. 셋째, 목적 자체가 불손하고 이기적인 경우다. 회사는 이익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목적, 목표, 그리고 수단의 삼위일체가 이뤄진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목적은 항상 이타적이어야 한다. 목표는 이기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수단은 효율적이어야 한다. 이 삼위일체가 파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피아는 조직 목적 자체가 이기적이다. 반사회적 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이기적 목표를 성취하고 그러기 위해서 반사회적인 수단을 사용한다. 마피아는 이기적 목적, 이기적 목표, 이기적 수단을 사용하는 조직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퇴출돼야 한다. 어떤 조직이 탐욕적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좋은 방법 하나가 있다. 바로 자기 조직 스스로가 세운 목적을 들여다보면 된다. 리트머스 테스트 수준이다. 이렇게 한 번만 물어보라. “우리 조직의 목적이 달성되는 순간, 누가 좋은가?” 우리만 좋다면 우리 조직은 마피아 수준에 머무른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마피아 조직들이 존재한다. 검피아·모피아·변피아·의피아·관피아·군피아·언피아 등등! 목적이 상실돼 있거나,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거나, 불분명한 목적을 가진 조직들이 많은 사회는 절대로 건전하게 굴러갈 수가 없다. 한마디로 그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여러분 인생의 가치는 어떻게 결정되는 줄 아는가. 바로 이 세상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줬는가에 달렸다. 생각해보면 간단한 이치다. 내가 도와준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들은 내가 잘되고 오래 살기를 바랄 것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어떤 회사가 이 세상에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수록 사랑받는 기업이 될 것이다.

최고의 투자 대상은 어떤 기업일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돈만 많이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예선 탈락이다. 돈이 된다면 뭐든지 할 용의가 있는 회사, 수익창출을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조직은 결국 마피아다. 물론 물어보면 그렇게 답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행동하는 것을 보면 결국 다 드러난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회사에 투자해야 하는가. 어디다 투자해야 지속 가능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에게 가장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목적을 가진 회사, 그리고 그 목적에 걸맞은 목표를 세우고 올바른 수단을 강구하는 회사에 투자하면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추구하는 목적이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행복을 가져다준다. 이 선순환의 법칙을 이해하는 조직만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룬다. 회사의 목적은 이익이 아니다.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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