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어로 한국은 ‘솔롱고스’, 즉 ‘무지개가 뜨는 나라’이다. 다른 나라 국가명은 대개 원어를 몽골어 발음대로 표시하지만 유독 한국만 뜻이 있는 단어를 붙여 부르고 있다. 오랜 역사에 걸친 몽골인들의 한국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7월17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개최된 한몽 정상회담은 양국 간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하고 그 내실을 다질 수 있는 다양한 경제 분야에서 성과가 있었다.
첫째, 사실상의 자유무역협정(FTA)인 한몽 경제동반자협정(EPA) 추진을 위한 공동연구 개시에 합의해 양국 간 교역·투자 확대 기반을 구축했다. 한국은 몽골에 4대 교역국이자 7대 투자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양국은 상호보완적 교역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EPA로 인해 상호 국내 산업의 피해는 미미하나 자동차·석유화학·기계류 등의 품목에서는 수출시 관세 감축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세계 10대 자원 부국인 몽골과의 협력은 에너지·자원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신사업 진출 기회도 함께 제공될 것이며 이들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도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기후변화 공동대응 기반을 강화했다. 몽골은 발전설비 낙후 및 개발 수요확대로 만성적인 전력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풍부한 태양광, 풍력 잠재력에 비해 이를 현실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정부 간 에너지 분야 협력채널 신설에 합의했으며 태양광·풍력 등의 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하는 친환경 에너지 타운 협력 양해각서, 에너지효율 협력 양해각서 등도 체결해 에너지 신기술을 활용한 우리 기업의 몽골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몽골의 친환경 에너지 보급 확대는 양국의 기후변화 대응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셋째, 보건의료·문화산업·정보통신기술(ICT) 등 고부가가치 분야 진출도 성과다. 몽골은 넓은 국토로 인해 원거리에서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운 국민이 많다. 그런 만큼 이번에 양국 간 체결된 ICT 기반 의료기술협력 양해각서는 원격의료 분야 협력을 통해 몽골의 의료체계 개선에 기여하면서 몽골환자 유치 및 의약품 진출 확대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몽골의 한류를 이끌고 있는 한국드라마 등 문화콘텐츠 진출을 지원할 문화산업협력 양해각서도 체결됐으며, 전자정부 및 ICT 교실 구축 등 개발협력을 활용한 ICT 협력도 확대돼 그간 한정된 협력이 크게 다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몽골은 인구 300만명의 작은 시장이나 우리 중소기업의 유망 틈새시장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최근 울란바토르 내 오피스 밀집 지역인 바얀골 거리에는 카페베네 10호점이, 칭기즈칸 국제공항에는 탐앤탐스 9호점이 각각 열렸다. 두 업체의 몽골 내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 점유율이 65%에 달하고 있다. 또 이마트가 몽골 최초의 대형 할인점을 이달 말에 개장할 예정이라고 하니 우리 소비재 수출 증진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09개사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이 방문해 보건·의료·소비재·기계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
몽골에는 ‘무서우면 시작하지 말고, 시작하면 두려워하지 마라(아이왈 부 히, 히웰 부 아이)’는 속담이 있다. 오랜 기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양국 간 EPA 공동연구가 개시되고 정부 간 에너지 협의체도 신설되는 등 양국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양국 정부 및 기업들이 이런 협력 모멘텀을 잘 살려 양국 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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