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상을 보이고 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10개국이 유엔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판결 이후 처음으로 회동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논의한다.
23일 AFP 통신 등은 24일부터 아세안 관련 연례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는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을 찾은 외교관들이 벌써부터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한 공동 입장을 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주요 쟁점에 대해 회원국 간 이견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지면서 아세안 지역공동체가 존재감을 잃어간다는 우려가 배경이 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논의를 주도하는 것은 필리핀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분쟁 당사국들이지만,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등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아세안 외교관은 “중국이 동맹국인 라오스와 캄보디아를 이용해 아세안을 분열시키는 데 성공했다”면서 “아세안의 분열은 남중국해 문제에서만이 아니라 아세안 지역공동체 자체를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아세안이 만장일치에 의한 의사결정을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도 남중국해 문제에 관하 공동성명을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아세안은 지난 19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PCA 판결 당시에도 공동성명을 내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무산됐고, 지난달에는 중국과의 외교장관 특별회의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공세에 우려를 표명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는 아세안이 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는 수준에서 원론적인 내용의 공동성명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