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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검사의 피는 차갑다

김성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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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피는 차갑습니다.”

지난 2010년 11월 국내 1호 특임검사로 임명된 강찬우 전 대검 선임연구관(현 변호사)의 말이다. 당시 “검사가 검사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특임검사는 2009년 4월 그랜저 검사 의혹에서 처음 탄생했다. 현직 부장검사가 건설사 관계자로부터 3,400만원 상당의 승용차를 받았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었다.

검찰 수사는 1년3개월 동안 이어졌지만 결론은 ‘혐의 없음’이었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과 정치권의 질타가 이어졌다. 결국 2010년 11월 김준규 검찰총장은 특임검사를 특단의 카드로 내밀었다. 특임검사는 검사 비위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로 고위공직자의 비리나 위법 혐의를 독자적으로 수사하는 특별검사와는 다르다.

6년이 지난 이달 6일 검찰은 네 번째 특임검사로 이금로 인천지검장을 임명했다. 진경준 검사장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한 점의 의혹도 남겨서는 안 된다는 특명과 함께.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던 법무부를 향해 여론과 정치권의 질타가 이어지자 특임검사 카드를 던진 것이다. 앞서 법무부는 진 검사장을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사표부터 받으려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감찰 시효가 지난데다 공직자 재산 검증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업무라며 한 발 물러서서 뒷짐만 지고 있는 인상을 남겼다.

이금로 특임검사팀의 친인척 계좌 추적 등 신속한 수사는 진 검사장의 해명이 거짓임을 밝혀냈다. 이어 현직 검사장을 구속하는 검찰 초유의 사건으로 이끌었다. 140억원대 재산에 대한 추징보전을 신청하기도 했다.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차가운 피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제 검찰을 향한 국민의 기대와 의심의 눈초리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수사로 집중되고 있다. 우 수석은 검찰을 떠난 신분이지만 국민의 생각은 검찰 출신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 곳곳에 대학 동기와 예전 부하 검사들이 포진해 있다 보니 ‘봐주기 수사’ 우려도 적지 않다. 게다가 우 수석이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얘기는 서초동에서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진 만큼 검찰 수사에 여론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현재 우 수석과 관련한 3건의 고소·고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에 배당됐다. 2건은 우 수석이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을 각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시민단체가 우 수석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다. 여기에다 탈세와 의경 아들 보직 변경, 재산 축소신고 등의 의혹도 제기됐다.

우 수석이 현직 검사가 아닌 터라 특임검사를 내세울 수는 없다. 하지만 우 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검사들은 자신이 특임검사라는 자세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더 이상 국민이 검찰에 실망하지 않도록 특유의 차가운 피를 보여줘야 할 때다. ss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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