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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여름휴가

- 신미나 作

2715A39 시




불이 잘 안 붙네 형부는 번개탄 피우느라 눈이 맵고 오빠는 솥뚜껑 뒤집어 철수세미로 문지르고 고기 더 없냐 쌈장 어딨냐 돗자리 깔아라 상추 씻고 마늘 까고 기름장 내올 때 핏물이 살짝 밸 때 뒤집어야 안 질기지 그럼 잘하는 사람이 굽든가 언니가 소리 나게 집게를 내려놓을 때 장모님도 얼른 드세요 차돌박이에서 기름 뚝뚝 떨어질 때 소주 없냐 글라스 내와라 아버지가 소리칠 때 이 집 잔치한댜 미희 엄마가 머릿수건으로 탑새기를 탁탁 털며 마당에 들어설 때

달아오른 솥뚜껑 위로 치익 떨어지는 빗방울



비 온다

형부는 처갓집에 오고, 언니는 친정에 오고, 오빠도 약속 미루고, 아버지 소주잔 찾고, 어머니 자식들 모인 것만으로도 흥그럽다. 눈 맵고, 손 뜨겁고, 고기 타고, 떠들썩할 때 이웃까지 들어서니 여름 잔치 제대로다. 변덕스런 구름이 소나기 한 줄금 뿌려도 흥을 아주 깰 수는 없을 것이다. 처마 밑 마루에 웅기중기 모여 제가끔 살아온 시간의 실타래를 서리서리 늘어놓을 것이다. 아슬아슬 제 삶의 줄을 타던 광대들이 서로를 위무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 다잡을 것이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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