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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병영 악습 청산 방안 발표…근본적인 해결 될까?

"실효성 없고 오히려 부조리 조장할 우려"

27일 해병대가 병영 악습 청산을 위한 방안은 내놨다. 이는 병영 부조리의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 문제를 수습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해 보인다. /출처=flickr




지난 달 ‘식(食)고문’ 사건으로 사회적인 지탄을 해병대가 병영 악습 청산을 위한 방안을 내놨다.

27일 해병대 관계자는 병영 악습을 청산하기 위한 1차적인 대책으로 해병대 전 부대가 일과 중 1시간을 ‘병영 혁신을 위한 특단의 시간’으로 할애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지휘관 주관으로 일과 중 1시간을 병영혁신을 위한 아이디어 발표회, 토론회, 병사와 대화시간 등으로 할애해 병영 부조리를 척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해병대는 전 부대에서 ‘해병 DNA’ 회복운동을 펼치고 ‘가족적인 해병, 단결하는 해병’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해병대 측은 “전우를 아껴주고, 챙겨주고, 밀어주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병영 악습을 척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해병대의 병영 부조리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병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군대에서는 병영 문화 내에서의 구타, 기합, 부조리 등을 ‘군기’ 혹은 ‘단결’이라는 미명하에 정당화하는 풍토가 존재해왔다. 이에 고통을 받은 병사가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상부에 이를 보고하면, ‘남자답지 못하다’, ‘군대 문화를 왜 이해하지 못하느냐’며 오히려 질책을 받고 심지어는 부대 내의 ‘왕따’가 되는 경우가 많다. 각급 부대에서도 병영 부조리 사건이 상부에 보고됐을 때 부대로 돌아올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부대 내에서 자체 징계를 해 ‘솜방망이’ 처벌로 끝내거나 사건을 덮는 일도 다반사다.

특히 해병대는 단결과 전우애를 중시한다며 강도 높은 얼차려와 부조리를 ‘해병 정신’, ‘해병 문화’ 등으로 포장해 정당화한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이 같은 악명을 씻어내기 위해 해병대가 병영 악습 청산을 위한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 방안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오히려 병영 부조리를 촉진하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가 된다.

먼저 상하 위계질서가 특히 뚜렷한 우리나라 군대에서 ‘지휘관과의 대화시간’이 만들 수 있는 실질적인 효과는 제한적이다. 우리나라 군대 문화에서 이등병이나 일병 계급의 병사가 상병, 병장 계급의 병사에게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행동이다. 병사 간에도 이처럼 상하 위계가 엄격한 군대에서 병사들이 중대장, 대대장 등의 지휘관과의 대화에 참가해 마음 놓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휘관 등의 간부가 병사들의 발언의 자유를 보장하더라도 같은 자리에 참석한 선임병을 눈치를 보며 하고 싶은 말을 맘껏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또 자리에 선임병이 없더라도 ‘누가 지휘관에게 어떤 얘기를 했다더라’와 같은 소문이 퍼져 선임병들로부터 질책 받을 것을 우려해 자유로운 발언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결국 정작 비교적 더 많은 보살핌이 필요한 이등병이나 일병 계급의 병사들은 ‘지휘관과의 대화’에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앉아있고, 군 생활에 익숙해지고 편해진 상병, 병장 계급의 병사들이 대화를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해병 DNA’를 회복하는 운동을 펼치겠다는 방안 또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줄빠따’(한 병사의 잘못으로 단체로 기합을 받거나 구타를 당하는 것), ‘기수열외’(선임에게 대들거나 해병대 문화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병사를 해병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등과 같이 지금까지 많은 문제를 만들어 온 해병대의 악명 높은 악습들은 대부분 ‘해병’이라는 동질감을 강조하는 것에서 비롯했다.

그런데 병영 악습을 없애겠다며 ‘가족적인 해병’, ‘단결하는 해병’을 만들겠다고 한다.

물론 병영생활에서는 가족처럼 서로의 고충을 알아주며 보살펴주고, 훈련 및 실전 상황에서 강한 단결력으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는 모든 군에서 지향해야 할 가치다.

그러나 ‘가족적인 해병’, ‘단결하는 해병’이라는 슬로건이 부조리에 고통 받는 병사들에게 참고 따라오라고 하는 명분이 되고, 그것이 ‘해병 DNA’라고 강요하게 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오히려 ‘해병 문화’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병사에게 ‘단결’을 해친다며 부조리를 행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도 있다.

결국 해병대가 발표한 병영 악습 척결 방안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채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저 문제가 터져 나오지 않게만 막는 미봉책에 불과한 것이다.

해병대뿐만 아니라 모든 군에서 ‘위계질서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개인의 내적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따라오라는 군대 문화’라는 본질적인 원인에 대한 고민 없이 그 때 그 때 ‘보여주기’식의 대책만 내놓는다면, 시간이 지나 또 다시 병역 부조리 문제는 터져 나올 것이고, “일벌백계하겠다”, “병영 문화 혁신하겠다”는 공허한 메아리는 반복될 것이다.

/김영준인턴기자 gogunda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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