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균 (사)미래성장지식포럼 정책위원
국가R&D(연구개발)이 늘 문제이다. 19조 원이나 되는 예산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적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담당자들의 생각이 복잡할 텐데 이런 사례를 소개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도 함께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정부출연 연구원(이하 출연연)과 관련된 일이다. A라는 국내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 신청하기 전에 출연연에 효과 검증 테스트를 의뢰했다. 물론 비용은 A사에서 부담했다. 이 결과에 기초해서 A사는 특허를 획득하였다. 그런데 출연연은 이 특허에 대해 공동소유를 요구하였고, A사는 지분을 나누었다. 그 후 출연연은 A사에 시장 전망이 좋으니까 사용료를 지불하고 이 기술을 사용하라고 제안하였다, A사는 여기에 동의하였다.
하지만 장담과는 달리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서 A사는 영업이일을 거의 내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연연은 기술사용료를 요구하였고 A사는 지불하였다. 이렇듯 A사는 자기가 개발한 기술에 대해 테스트 비용, 특허 지분, 기술사용료를 출연연에 지불해야 했다.
상당히 많은 중소기업의 특허권이 이렇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정부출연연이나 대학연구기관에게 지분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출연연이 민간기업과 특허권을 공동으로 소유하면서 기술사용료를 받고 있는 사례들을 조사해본다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폐해는 정부출연연에 기술사용료 수입을 과도하게 압박하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본다. 정부출연연은 민간 기업이 재정적으로 부담하기 어려운 원천기술이나 장기적인 과제를 담당해야 한다. 이런 출연연의 연구결과가 당장 시장에서 사용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연목구어에 불과하다. 이런 연목구어식의 비판이 결국 억지춘향식의 기술사용료 수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또다른 원인으로서, 민간에서 개발한 기술의 검증을 담당하는 기관이 별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구를 담당하는 연구원들이 기술 테스트를 겸임하면서 연구성과와 기술료 수입을 동시에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악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 분야별로 공인 테스트베드를 설립하거나 정부출연연 내에 테스트 부서를 별도로 설치해야 할 것이다.
시장에서 당장 필요한 기술은 민간 기업들이 가장 예민하게 알아차린다. 테스트베드가 민간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검증만 잘해줘도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아가 공공사업에 새로운 기술과 상품을 적극적으로 적용하여 중소기업의 새로운 기술이 빨리 상용화되도록 한다면 중소기업으로부터 창조경제가 제대로 발전할 것이다.
※이홍균씨는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한 뒤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쳐 2015년 12월까지 2년 8개월 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정책보좌관을 역임했습니다. 이후 4·13총선에서 새누리당 광명갑 예비후보로 뛰었고 현재는 미래창조과학부 소속에서 국립과천과학관으로 업무가 이관된 (사)미래지식성장포럼 정책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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