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자동차로 동쪽으로 3시간여 거리에 있는 허베이성 탕산시. 지난달 28일 기자가 찾은 탕산시 곳곳에는 짓다 만 아파트와 텅 빈 쇼핑상가들이 즐비했다. 중국 철강산업의 메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였다.
탕산시는 중국 경제의 부침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도시다. 정확히 40년 전인 지난 1976년 7월 대지진으로 24만명이 사망하고 도시 전체가 파괴되는 피해를 당한 곳이다. 재건사업을 통해 신도시로 변모한 탕산시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것은 철강산업 덕이다. 2006년 이후 연평균 10%대의 경제성장을 등에 업고 한때 세계 4위 철강 생산국인 미국과 맞먹는 양의 철강을 쏟아내며 돈과 사람이 넘쳐나는 도시로 탈바꿈했다.
잔치는 오래가지 못했다. 세계 경제가 과잉공급의 충격파로 흔들리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탕산 역시 퇴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 탕산시를 가득 채웠던 중소 철강업체의 도산이 이어지면서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실제로 탕산 시내에서 서남쪽으로 30여분 거리 철강단지에 위치한 푸펑철강은 올 초 중국 법원으로부터 공식 파산선고를 받고 2,000여명의 근로자를 거리로 내몰았다. 이날 점심 주변 식당에서 만난 팡저우밍씨는 “기능공으로 5년간 일했는데 갑자기 2개월치 월급도 받지 못하고 회사에서 쫓겨났다. 정부가 퇴직자에게 지원을 해준다고 하던데 아직 아무 소식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과잉공급과 경기침체로 부도가 난 곳은 푸펑철강만이 아니다. 푸펑철강과 마주한 석회석 공장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비원은 “여기도 파산해 몇 달 전부터 문을 닫았고 직원은 모두 퇴사했다”면서 “공단 전체가 대부분 비슷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과잉생산의 상처를 안고 있는 곳은 탕산시뿐이 아니다. 탕산시에서 2시간여 떨어진 톈진시 빈하이신구의 위자푸는 중국 부동산 건설과 금융시장 버블의 또 다른 상징이다.
중국 정부가 2010년부터 2,000억위안(약 35조원)을 투자하며 글로벌 금융도시로 조성하려 했지만 지난해부터 중국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올 초 금융시장까지 요동치자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기며 텅 빈 유령도시가 돼버렸다. 여의도 크기 만한 위자푸 금융가 곳곳에 들어선 마천루들은 대부분 텅 빈 건물들이다. 위자푸 금융거리에는 하루 종일 손에 꼽을 정도의 차량만 오갈 뿐이고 텅 빈 도로에는 유기견들이 어슬렁거리며 도시의 주인 행세를 할 정도다. 위자푸 금융광장에서 만난 한 경비원은 “광장 주변의 고층빌딩 대부분이 텅 비어 있다”며 “제대로 된 식당도 없다 보니 점심식사를 위해 버스를 타고 한두 블록 떨어진 곳으로 가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중국 경제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위자푸 같은 유령도시는 톈진 같은 1선 도시뿐 아니라 네이멍구·윈난 등지의 2~3선 도시 곳곳으로도 번져 있다. 세계 최대 유령도시로 꼽히는 네이멍구의 오르도스는 한때 부자 석탄도시로 명성을 떨쳤지만 과잉의 한파가 몰아치며 한순간에 몰락했다. 중국 매체들은 오르도스 건물 가운데 사무실 입주가 제대로 이뤄진 곳은 2%도 안 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는 지난해 말 빅데이터를 활용해 중국 내 유령도시 50여곳을 찾아냈다.
대대적인 건설·인프라 투자는 중국 경제 고속성장의 엔진 역할을 했지만 6%대로 떨어진 중속성장 시대에 이 같은 투자는 과잉공급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부터 ‘공급 개혁’과 ‘국유기업 개혁안’에 속도를 붙이고 있지만 이마저도 노동자들의 반발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6월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국 2·6위 철강회사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을 합병하기로 한 것도 파산에 따른 대규모 실직사태가 낳을 파장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단순 인수합병(M&A)은 미봉책일 뿐이라는 것이 중국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중국의 산업구조 조정으로 발생하는 실업자가 향후 2∼3년 안에 180만명을 넘어 최대 500만∼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위융딩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의 과잉생산을 해결하려면 구조조정 같은 경제구조 변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단기간이 아닌 장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탕산·톈진=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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