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8월 초에 여행기자들은 보통 사무실 안에 있다. 남들은 피서다, 휴가다 해서 산과 바다, 해외로 나가지만 여행을 업으로 삼는 선수들에게 7말8초는 은둔의 시즌이다. 어디를 가도 사람과 차가 넘쳐나고 바가지요금에 교통난·숙박난까지 더해 여행은 고행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기업들 사이에서 연중휴가제도가 자리를 잡고 있지만 그래도 북새통을 이루는 시즌을 꼽으라면 이맘때가 가장 난리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금요일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귀경길에 영동고속도로는 주차장이나 다름없었다. 하행선을 따라 동해 쪽으로 내려가는 차선에는 끝없는 차량 행렬에, 일그러진 운전자들의 얼굴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지금 수도권에는 여름 피서철 엑소더스가 피크다. ‘왜 하필이면 사람 취급 못 받는 이맘때 휴가를 가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경우 관계사나 본사의 방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7말8초 휴가라도 가뭄에 단비처럼 여기며 떠나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맘때는 어디로 가야 비교적 덜 붐비고 시원한 피서를 할 수 있을까. 그런 피서지를 찾고, 찾아 헤매다 온 곳이 평창이다. 강원도 평창군의 모토는 ‘해피700’이다. 여기서 ‘700’이란 평창의 해발고도가 700m라는 뜻이다. 고도가 높은 만큼 체감온도가 서울보다 6~7도는 낮다. 낮에도 덥지 않고 해가 떨어지면 긴소매 옷을 입어야 한다. 실제로 평창에서 난방을 하지 않는 날은 연중 열흘을 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낮은 온도보다 더 상쾌한 것은 수많은 계곡들이다. 평창은 산이 높고 골이 깊어 산골마다 맑은 차가운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오대천으로 합류하는 계곡 중 하나인 장전계곡은 가리왕산에서 발원해 오대천으로 흘러든다. 물이 맑아 1급수에만 서식하는 열목어가 있을 정도다. 장전계곡 상류의 이끼계곡은 바위마다 사슴들이 먹이로 삼던 이끼가 무성해 그 사이로 흐르는 폭포가 절경을 이루고 있다. 요즈음 산꾼들이 산삼을 포장하는 재료로 무단 채취를 하거나 관광객들이 걷어가기도 해 울타리를 쳐 놓았다. 장전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면 곳곳에 암반이 있어 그 위에 자리나 텐트를 치고 물놀이를 하는 피서객들을 볼 수 있다.
평창군에서 가장 큰 물길을 꼽으라면 뭐니 뭐니 해도 평창강이다. 평창강은 계방산에서 발원한 속사천과 흥정산에서 발원한 흥정천이 합쳐진 강으로 상류에서는 금당계곡·뇌운계곡 등으로 이어지는데 평창읍에 이르러서는 평창강으로 규모를 키워 흘러간다. 평창강은 다시 영월군 서면에서 주천강과 합쳐지고 영월읍 서쪽에서 서강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가 동강과 합쳐져 남한강으로 물길을 불린다. 최일선 문화관광해설사는 “평창강의 직선거리는 60㎞ 정도지만 전체 물길은 220㎞가 넘을 정도로 좌우로 크게 휘돌아 나가는 대표적인 사행하천”이라고 강의 규모를 설명했다.
금당계곡은 태기산과 흥정산에서 발원한 물이 용평면 백옥포리·재산리와 봉평면 유포리, 대화면 개수리를 거쳐 상안미리까지 약 28㎞에 걸쳐 흐르는 계곡이다. 평창군 내 열두 개 마을을 흐르기 때문에 십이개수라고도 불린다. 평창강이 계촌천을 받아들이는 합천소에서 평창읍 뇌운리까지 이어지는 4㎞ 길이의 뇌운계곡도 물줄기가 아름다운 곳이다. 하천의 폭이 넓은 편이며 곳곳에 자갈밭과 모래톱이 있어 물놀이를 즐기기에 좋다.
오대천은 오대산 두로봉(1,422m), 비로봉(1,563m) 등에서 흘러나온 계류들이 모여 월정사를 지나 정선군 북면 나전리에서 골지천과 합류하는 55㎞ 길이의 하천이다. 평창군을 꿰뚫고 흐르는 오대천은 신기계곡·막동계곡·장전계곡 등 작은 계곡들을 거느리고 있어 피서객들이 몰려들어도 곳곳에 분산돼 크게 붐비지 않는 이점이 있다.
◇평창 더위사냥 축제=평창군 대화면 땀띠공원에서는 ‘2016평창더위사냥축제’가 오는 7일까지 열리고 있다. 물이 차가워 땀띠가 사라진다는 이름이 붙은 땀띠공원에서 벌어지는 이번 축제는 신비의 땀띠물 체험, 행운의 송어 맨손잡기, 등골오싹 광천선굴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텐트를 빌려주는 캠핑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감자 캐기, 모닥불 피우기, 사륜오토바이 타기, 공예품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글·사진(평창)=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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