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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먼저 가는 것들은 없다

- 송경동 作

몇 번이나 세월에게 속아보니

요령이 생긴다 내가 너무

오래 산 계절이라 생각될 때

그때가 가장 여린 초록

바늘귀만 한 출구도 안 보인다고

포기하고 싶을 때, 매번 등 뒤에

다른 광야의 세계가 다가와 있었다

두 번 다시는 속지 말자

그만 생을 꺾어버리고 싶을 때

그때가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보라는

여름의 시간 기회의 시간

사랑은 한 번도 늙은 채 오지 않고

단 하루가 남았더라도

우린 다시 진실해질 수 있다

세월은 언제나 속일 준비가 되어 있다. 아주 평범한 날에도 아침신문은 가슴 아픈 사건이거나 새로 밝혀진 속임수들로 대서특필된다. 세월은 늘 허방을 파 놓고 기다린다. 꺾고 싶은 꽃은 절벽 위에, 따고 싶은 별은 어둠 속에, 품고 싶은 사랑은 맹목 위에 세워놓는다. 진실과 도덕과 아름다움은 대개 외롭고 높고 쓸쓸하다. 세월은 아무리 하찮은 생에게도 그 날 치 베고 잘 근심 베개 하나쯤 마련해둔다. 다만 아무리 속여도 속일 수 없는 것을 저이는 말하고 있구나. 세월은 언제나 깨우칠 준비가 되어 있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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