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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항생제 남용문제 국민도 적극 참여해야 풀 수 있다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는 항생제 내성균 문제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세계에서 70만명이 항생제 내성균으로 목숨을 잃는다. 영국 정부가 2년간의 항생제 내성 대응 프로젝트를 마치고 5월에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항생제 내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2050년 세계에서 연간 1,000만명이 사망해 암으로 인한 사망자 820만명보다 많아진다.

정부가 11일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확정한 것은 항생제 내성 대응을 더는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항생제 남용이 특히 심각하다. 우리나라 국민의 항생제 사용량은 2013년 기준 31.7 DDD(국민 1,000명 중 매일 항생제를 복용하는 사람 숫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2개국 평균보다 35% 높다. 감기는 많은 경우 바이러스가 원인이어서 항생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데도 항생제 처방률은 최근 4년간 44~45%에 달한다. 이번 대책에서 감기 항생제 처방에 따른 페널티와 인센티브를 크게 확대한 것도 무분별한 항생제 처방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인체에 대한 항생제 사용량을 20% 줄이고 감기 항생제 처방률을 현재의 50%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항생제 남용을 막으려면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다. 당장 사용하고 남은 항생제가 하천이나 토양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폐의약품의 약국 회수조차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다. 폐의약품 약국 회수는 15%에 불과하고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버려지는 것이 절반에 가까운 실정이다. 가축에 대한 항생제 남용도 심각하다. 선진국은 치료 목적 외에는 가축에 대한 항생제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우리는 성장촉진 등을 위해 사료에 마구잡이로 섞어 사용할 정도다. 항생제 내성 대응에 실패하면 항생제 개발 이전 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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