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노동개혁 4대 입법 추진에 맞서 야당이 비정규직 철폐, 차별금지 조항 등의 입법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여야 동수로 구성됐던 19대와 달리 야당 인원이 과반을 차지하는 20대 국회에서 이들 법안의 처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1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근로기준법·파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직업안정법 등 ‘비정규직 살리기 5대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을 살펴보면 기간제법 개정안은 현행 2년인 기간제(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기간 초과규정을 원천 차단토록 했다. 연장 조건은 최소한으로 명시하고, 추가 근로 계약을 맺더라도 총 사용기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휴지기를 도입하는 등 사실상 정규직 채용을 유도하도록 했다.
근로기준법은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고, 용역업체가 변경돼도 근로자의 고용까지 승계하도록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노조법에서는 간접고용 근로자의 노조도 교섭당사자로 규정해 노동 3권을 보장하게 할 계획이다. 파견법 개정안에는 고용의무 조항을 변경해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가 아닌 형사처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송 의원실 관계자는 “비정규직 관련법이 도입된지 10년이 됐지만 여전히 비정규직의 처우가 불안하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직접고용과 간접고용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도록 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이들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적극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영국의 이른바 ‘기업살인법’을 국내에 적용했다. 속칭 ‘위험의 외주화’를 통해 원청업체가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에 넘기고, 하청업체에서 안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청업체 법인에도 연 매출의 5% 이하의 벌금을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의원 측은 “도급을 준 사업주의 산업재해예방조치 의무를 확대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소속의 윤종오 의원은 노조법을 개정해 직장폐쇄를 제한하도록 했다. 최근 갑을오토텍 직장폐쇄와 용역투입 등에 따라 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직장폐쇄 개념 재정립 ▲직장폐쇄 요건 강화 ▲직장폐쇄를 이유로 노조의 사업장 쟁의행위 방해 및 용역투입 금지 ▲쟁의행위 중지 및 업무복귀 시 직장폐쇄 해제 등을 골자로 한다. 윤 의원은 “노조의 정당한 파업권이 직장폐쇄와 용역경비 등 물리력을 통원해 무력화시켜온 악습을 이번 기회에 잘라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소야대 국면으로 전환된 20대 국회에서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가 여 6, 야 10인으로 구성돼 어느 때보다 관련 법안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재계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한 경제단체의 관계자는 “관련 법안들이 모두 적용되면 기업의 자율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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