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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구본무 회장의 혁신 주문 먹혔나…LG전자, 더 빨라지고 과감해졌다

팀장 없는 날 등 조직 유연화 

G5 실패 이례적 선언 

반박자 앞선 혁신 제품 출시 

글로벌 업체와 광폭 제휴 등

"B2B 사업에 어울리는 회사"

혹평 비웃듯 확 달라져

LG전자 대표이사 H&A사업본부장 조성진 사장(왼쪽 두번째부터), 최고기술책임자 안승권 사장, HE 사업본부장 권봉석 부사장, 한국 영업 본부장 최상규 사장이 2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LG전자 R&D 서초캠퍼스에서 열린 LG 시그니처 신제품 발표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호재기자.






LG전자가 달라졌다. 빨라졌고 추진력도 강해졌다. 실패한 사업은 과감히 인정하고 신사업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력 사업인 가전 시장에서는 전체 흐름을 이끄는 혁신 제품을 반박자 빨리 선보이고 있다. 과거 ‘B2B 사업에나 잘 어울릴 만한 기업’이라는 혹평을 비웃기라도 하듯 변화와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변화·속도·집중력 높아진 LG전자= LG전자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속도다. 신사업을 중심으로 추진력에 불을 붙이고 있다. LG전자의 신성장동력인 자동차부품(VC) 사업본부의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최근 도요타의 텔레매틱스 부품을 수주하면서 지난해 기준으로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상위 3개 기업(도요타·폭스바겐·GM)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3개 기업에 동시에 전장 등 부품을 납품하는 것은 LG전자가 유일하다. 인천 청라에 GM의 차세대 전기차 ‘볼트(Bolt)’의 핵심 부품 공급을 위한 전용 생산라인을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쟁업체들이 치고 나오기 전에 한발 더 먼저 움직이고 있다. 영국에 있던 LG전자의 유럽본부도 오는 9월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이전해 BMW와 벤츠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에 구애 작업에 들어갔다.

VC 본부의 조직 변화도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다. 인력을 대폭 확대했다. 2·4분기 기준 VC 사업본부의 인력은 총 3,78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73명)보다는 47.1%(1,213명) 급증했다. 올해만 벌써 3번에 걸쳐 경력 직원을 채용했다. 스마트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본부의 인력을 적극적으로 재배치하고 있다. VC 사업본부의 올 상반기 매출은 1조2,32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8,334억원) 대비 50%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매출액에 대한 비중도 4.5%로 늘었다. 미래 먹거리로 평가 받는 홈 사물인터넷(IoT) 부문에서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내 최대 가구인테리어 업체인 한샘과 함께 공동 연구에 돌입했다. LG전자의 기술력과 한샘의 가구·인테리어 디자인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각오다. 가전업체가 가구업체와 IoT 부문에서 협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전자가 기존에 강점을 가지던 생활가전 부문에서는 이미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 4월에는 LG시그니처를 통해 ‘초프리미엄’이라는 화두를 업계에 던졌다. 네 가지 가전의 합이 2,500만원에 육박하지만 이를 통해 기존 가전제품의 급을 올리고 중국 등 저가 가전업체들의 추격에 있어 차별화를 했다. LG전자가 북미 시장에서 ‘시그니처 키친스위트’라는 초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진출을 선언한 후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업체 데이코 인수를 발표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스마트폰 부문에서도 LG전자의 절치부심이 느껴진다. ‘G5’가 기대에 못 미치는 판매량을 기록하자 주주들 앞에서 실패를 인정하고 변화를 천명했다. 시장에서는 대기업이 특정 품목에 대한 실패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스마트폰의 근본부터 변화를 선언했다.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AP를 인텔과 손잡고 직접 개발에 나선 것도 좋은 예다. 전략 스마트폰 V20에는 국내 최초로 구글의 최신 운영체제인 누가 7.0을 탑재한다.

인사 부문에서도 기존에 불합리했던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팀장 없는 날’ 등 임직원들이 원하는 내용을 적극 반영하고 소통하는 문화로 달라졌다. 조직의 유연성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직원들로부터 쏟아져 나오고 이를 반영하는 속도 또한 빨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본무 회장의 혁신·변화 주문 먹혔나=올 1월 구본무 LG 회장은 ‘글로벌 CEO 전략회의’를 통해 선제적 변화와 혁신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구 회장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경험하지 못한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기 저성장 시대에 기존과 다른 전략을 주문했다. 구 회장은 이후에도 기회가 될 때마다 반복해서 혁신과 변화를 강조해왔다. 구 회장의 동생 구본준 부회장을 신성장 사업추진단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파격 인사 역시 혁신과 변화를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구 회장이 제시한 혁신과 변화를 구본준 부회장이 신사업을 중심으로 이끌고 임직원들이 하나돼 따르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의 변화가 다른 계열사 전반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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