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령으로서 임무를 맡게 된 첫날. 동료들이 하는 일을 보고 배우러 나선 새내기 유령은 나는 것조차 익숙하지 않아 나무에 끼어 바등거린다. 그를 구하러 온 이는 유령까지도 볼 수 있는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찾는 천문학자였다. 유령은 자신을 돕고자 나선 천문학자와 유령의 임무를 알아내러 다닌다. 그 ‘임무’에 대해 천문학자는 “사람들 앞에 나타나 놀래키는 일이 아니냐”고 했지만 유령은 “내 임무는 그것보다 훨씬 더 의미있는 일이라고 확신합니다”라고 자신한다.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이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은 관성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나의 일’과 그것들이 모여 빚는 ‘내 삶’의 가치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길지 않은 책의 결말에는 놀라운 반전이 있다. 유령의 임무는 정말로 ‘놀래키는 일’ 그 이상이었고 마지막 장은 ‘새로운 별을 발견하다! ‘토머스’와 ‘넬리’’라며 끝맺는다. 자신의 조부모 이름을 별 이름으로 빌려다 쓴 저자는 “세상이 어둠으로 잡아먹힌 듯 괴로워도 별과 사랑하는 이를 떠올려보라”고 권한다. 책의 이야기도 탁월하지만 더 빛나는 것은 유령과 인간의 교감을 섬세한 색감으로 펼쳐 보인 그림들이다. 은은하면서도 산뜻한 그림은 마치 깨어있는 정신으로 꾸는 ‘꿈’ 같다. 1만2,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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