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저력은 한국 역사의 힘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조상들이 준 선물과도 같습니다.”
‘제7회 호주 한국영화제’ 참석차 시드니를 찾은 이준익(사진) 감독은 1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 감독은 ‘소원’과 ‘사도’ ‘동주’ 등이 잇따라 히트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는 “우리의 많은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돼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우리의 아픈 역사를 숨기고 미화하거나 포장하기보다는 우리의 상처를 진실하게 그대로 드러낸 것을 세계인들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감독은 이어 “지구상의 어느 나라도 우리처럼 고난과 아픔과 상처, 질곡을 안고 있는 나라가 많지 않다”며 “우리의 역사는 부끄러운 게 아니라 자랑스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암살’ ‘귀향’ 등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들이 많이 나오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이는 대국들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우리만의 정체성이나 가치를 알리려는 차별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양인들에게는 동북아 3국이 비슷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가운데 한국만의 독특한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장투쟁으로 저항한 독립운동가들도 많지만 영화 ‘동주’에서처럼 비폭력적인 저항운동을 보여주는 것이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처럼 더욱 공감을 받는 요인으로 본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해외를 방문할 때는 현지 영화 관계자들로부터 한국 영화들이 상업적인 면뿐만 아니라 문화적 측면에서도 성과를 내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공통으로 받았다”며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를 벤치마킹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식민지시대나 경제성장기의 애환을 양심적으로 보여주는 등 우리 고유의 가치를 증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국 사회가 내부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희생하고 불행을 겪었다는 사실을 영화인들이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는 것이 이 감독의 진단이다.
한편 시드니 한국문화원(원장 안신영) 주최로 열리고 있는 이번 한국영화제는 지난 10일 시드니에서 ‘4등(감독 정지우)’의 상영으로 개막됐으며 다음달 25일까지 6개 주요 도시를 돌며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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