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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한국영화 미래시장을 준비하다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김세훈 위원장




한국영화 ‘부산행’이 베트남에서 개봉, 첫 주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했다는 기사가 지난주 나왔다. 현지 영화사와의 공동제작 형태가 아닌 순수한 한국영화가 다른 나라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한국 영화산업이 꾸준히 성장해 작년 1인당 관람횟수가 세계 최고 수준인 4.22회를 넘어선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성장 한계치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다가오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미래시장을 준비해야 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한국영화 미래시장으로 동남아시아 진출을 준비해왔다. 한류 열풍, 문화적 동질감 등의 영향도 있지만 가장 특별한 이유는 현지 관객들이 한국영화를 예술영화가 아닌 장르영화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대부분 국가에서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제3국의 영화는 예술영화로 인식돼 대규모 개봉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부산행’은 달랐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부산행’은 호러 영화를 좋아하는 베트남 관객들에게 할리우드 영화와 견줄 수 있는 매력적인 ‘블록버스터 액션 좀비영화(장르영화)’로 인식됐고 흥행까지 이어졌다.



다른 이유로는 동남아시아 영화 시장의 잠재력과 성장성이 꼽힌다.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전략 국가로 꼽힌다. 양국의 스크린 수는 아직 500개와 1,100개 정도지만 매년 2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인구와 경제 성장을 감안할 때 3~5년 후면 유의미한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장점은 현지 정부 및 영화관계자의 한국 영화산업 교류에 대한 니즈와 의지다. 그들은 한국 영화산업 성장을 롤모델로 하여 자국 영화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강하다. 현지 영화제작사들도 우수한 기획력과 기술력을 가진 국내 제작사와 협업을 원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역시 다양한 교육사업과 교류행사를 개최하는 동시에 현지에 한국형 영화산업시스템의 안착을 위해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도입을 독려하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베트남에서 개최한 ‘케이시네마(K-Cinema) 글로벌 네트워킹’ 행사 이후 2~3편 작품의 공동제작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내년에는 개봉하는 작품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동남아 영화시장의 성장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국내의 영화정책과 시스템을 공유해 해당 국가의 시장이 더 안정적으로 성장하도록 적극 도울 것이다. 그것이 현지 영화산업과 한국영화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향후 할리우드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앞다투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려고 하겠지만 그 시기가 도래했을 때 현지에는 이미 한국영화가 주류시장에 진입에 있을 것이다. 영화산업시스템마저 한국과 유사하기에 우리 제작사는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언젠가 ‘부산행’과 같은 영화가 한국과 동남아에서 동시 개봉해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통해 각국의 박스오피스를 실시간으로 함께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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