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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너무나 기울어진 운동장

서정명 성장기업부 차장

서정명 차장




중소기업 조합 이사장과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제발 정부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쳐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이들이 토해내는 말에는 무너져내리는 현실에 대한 한탄과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는 희망이 함께 섞여 있다. 국내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쓰나미처럼 들어오는 중국산 불량 제품 얘기다.

중소기업 중에서는 전기용품 안전인증인 KC마크를 비롯해 KS·고효율·친환경 등 3~4개의 인증을 통과하고 나서야 완제품을 시중에 내놓는 경우가 많다. 인증 비용만으로 연간 4,000만원, 많게는 1억원을 부담하는 기업들도 있다. 일부 중소기업들은 “제품 개발 비용보다 인증 비용이 더 부담된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얘기다.

‘인증 노이로제’에 걸린 중소기업들을 더 힘들고 맥 빠지게 하는 것은 중국산 저가 제품이 국내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량으로 수입돼 관련 내수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업체들은 정상 제품으로 인증을 통과한 뒤에는 저가 불량품을 들여오는 꼼수를 부린다. 발광다이오드(LED) 전등기구 업계의 경우 민간수요 시장의 규모가 1조원 이상인데 중국산 저가 제품이 60%를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스닥 상장기업들도 피해를 입기는 매한가지다.

양변기 부속품을 생산하는 A기업의 대표는 국내 마트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80%는 국내 인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저가 중국산이라며 규정과 법을 지키는 국내 기업들이 되레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중국 수입 제품에 대한 느슨한 인증과 부실한 사후관리로 소비자와 제조 기업이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유통질서까지 와르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밀어내면서 시장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로도 들린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이유로 중국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비관세장벽을 높이는 등 몽니를 부리고 있다. 이에 맞서 우리도 중국 제품을 견제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수입국을 불문하고 ‘코리아 스탠더드’에 맞는 제품은 수입하지만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은 소비자 보호와 유통질서 확립 차원에서 철저하게 필터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품 인증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고 사후관리를 철저하게 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고쳐야 한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 어업으로 서해안 어민들이 눈물을 삼키고 있는 현실과 불량 중국 제품의 수입으로 우리 중소기업들이 곡성(哭聲)을 내고 있는 상황을 오버랩시킨다면 과장일까.

vicsj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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