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후보로 낙점 안 됐으면 떨어진다던데 진짜네요…”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 투표 결과를 듣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린 대의원들이 나눈 대화 일부다. 친문 후보의 승리가 개표가 시작되기도 전 기정사실로 굳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을 몰랐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문재인 지지자’들의 축제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27일 열린 더민주 전대는 일방적인 흐름으로 진행됐다. 문재인 전 대표가 전당대회가 열린 올림픽 체조경기장에 들어선 순간 문 전 대표와 악수를 나누려는 후보자들과 대의원들의 경쟁이 펼쳐지기도 했다. 친문 후보로 알려진 추미애 신임 대표와 양향자 신임 최고위원이 정견 발표를 위해 단상에 올라 선 순간부터 다른 후보를 압도할만한 함성 소리가 나와 선거 결과를 일찍이 직감케 했다.
가장 긴 탄식은 대의원 현장투표 결과 이후 권리당원 득표율이 발표된 시점에서 터져 나왔다. 여성부문 최고위원에 도전한 유은혜 의원이 대의원 현장 투표에서 앞서자 유 의원의 지지자들이 함성을 질렀지만 곧바로 권리당원 ARS 투표 결과에서 ‘더블 스코어’로 역전 당하자 장내는 충격에 빠진 듯 조용해지기도 했다. 청년부문 최고위원 경쟁에서도 이동학 후보가 대의원 현장투표에서 문 전 대표 영입인사인 김병관 신임 최고위원과 접전을 벌이자 이변을 기대하는 청년 당원들의 응원이 고조됐지만 권리당원 투표결과에서 3배 이상의 득표 차로 격차가 벌어지자 장내는 더욱 숙연해졌다. 문 전 대표가 비주류로부터 연일 공격을 받을 때 ‘문재인을 지키자’며 온라인으로 입당한 권리당원의 위력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공식 행사가 모두 종료되자 승리한 후보와 지지자들은 곳곳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이들을 바라보며 떠나는 한 참석자는 “추·향·관(추미애·양향자·김병관)이 친문 후보라고 이들이 될 거라는 얘기가 많았는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 떨어져 놀랍다”며 “지난 2·8 전당대회 당시 박지원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 경쟁, 최고위원 순위를 놓고 비노의 주승용 후보와 친노 정청래 후보가 펼친 경쟁과 이번 전당대회를 비교해보면 너무 싱거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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