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을 포함해 한국 아티스트들은 전통적 장르에 새롭게 접근해 전혀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프로듀서 마이클 엘렌버그(전 HBO 수석 부사장)는 31일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해 열린 아시아 최대의 방송영상 콘텐츠 마켓 ‘국제방송영상견본시(BCWW) 2016’에 진 클라인 ‘슈츠’ 총괄 프로듀서, K드라마를 좋아하는 미국 여성팬의 이야기를 그린 웹드라마 ‘드라마 월드’의 주연 배우 겸 제작자인 숀 리처드 등과 함께 참석했다. ‘드라마 월드’는 ‘김치 싸대기’라는 신조어를 만든 국내 아침 드라마의 한 장면 등을 패러디하면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엘렌버그는 이 자리에서 “K팝·드라마·영화 등 한국 콘텐츠들이 해외 감독 등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으며 수준이 굉장히 높다”고 평가했다.
미국 USA 네트워크에서 시즌6까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슈츠’의 총괄 프로듀서인 클라인은 한국 콘텐츠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이 이미 충분한 것으로 봤다. 그는 “한 나라의 영화 산업이 탄탄하고 강해야만 아티스트 자신만의 개성을 유지할 수 있는데 한국의 경우가 그렇다”며 “한국 작품의 개성과 독창성에 전 세계가 놀라고 있고 나 또한 감동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세계적 ‘킬러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서도 들려주면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특정한 콘텐츠를 ‘계획적으로’ 제작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클라인은 “우리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둔 것은 보편적인 것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며 “성공하지 못하고 숨어 사는 인물은 어느 문화권과 나라에나 존재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세계인에게 어필할 수 있었지 다양한 문화권에서 성공하기 위해 계획을 짰다면 이렇게 커다란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렌버그 역시 “디테일한 스토리텔링이 성공 요인”이라며 “보편적 감성의 특징을 스토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처드는 “(특정 시장을 겨냥해) 스타를 먼저 캐스팅해놓고 이에 따라 콘텐츠를 만들면 스토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며 ‘계산’보다 스토리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세계 최대의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론칭하는 등 플랫폼이 다변화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상륙으로 국내 콘텐츠 시장은 격변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플랫폼 변화가 콘텐츠 자체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들은 긍정적 기대를 하고 있었다. 클라인은 “정해진 길이가 없고 콘텐츠에 대한 제약이 없어 자유롭게 스토리텔링할 수 있다”며 “실제로 우리는 길이 제약이 없는 논픽션 시리즈를 오는 12월 개봉하는데 각 에피소드가 독립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엘렌버그도 “기존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작의 규칙이 깨졌다”며 “인터넷 플랫폼 환경에서 100편이 넘는 쇼 등이 만들어지는데 ‘쉽게 소비되는’ 콘텐츠를 위한 마케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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