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집값 상승률이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금리로 풍부해진 시중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3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0.07% 올라 월 단위 상승률로는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방 주택가격은 여전히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서울과 수도권 각각 0.26%와 0.16%로 올해 최고 상승률을 나타내면서 집값 강세를 이끌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정부가 중도금 대출 보증을 강화하면서 주춤했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대한 투자심리가 다시 회복돼 상승세가 강화됐다. 실제로도 강남구(0.58%), 강동구(0.39%), 양천구(0.36%), 서초구(0.30%) 등 서울에서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지역의 상승률이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기준금리 동결 이후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서울 강남뿐만 아니라 강북 재건축 단지에도 투자수요가 유입되고 있다”며 “특히 접근성이 양호한 지역을 중심으로 실수요자 거래도 이어져 올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저금리 영향으로 주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됐고 중도금 대출 보증을 강화한 정부의 규제를 시장에서 가격 상승 신호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도 8월 주택거래량은 크게 줄지 않았다. 오히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최근 5년간 8월 거래량으로는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1만1,654건으로 활황을 보였던 지난해(1만433건)보다 11.1%가량 증가했다.
주택시장에 유입된 자금도 꾸준히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집값 상승세가 본격화된 3월 이후 서울 아파트 실거래 대금은 큰 폭으로 증가해왔다. 지난 4월 실제 거래대금은 총 5조4,808억원이었지만 5월 5조9,351억원, 6월 6조4,431억원 등 3개월 사이 17.5%가 늘었다. 7월부터는 아직 통계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거래량이 늘어나고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최근의 시장 상황을 미뤄보면 주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증가세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레버리지(대출)’를 통한 투자 여건이 오히려 양호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격 상승 여력이 큰 지역의 경우 금리가 워낙 싸 대출을 받아 투자해도 수익에 비해 위험(리스크)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청약 경쟁률이 100대1을 기록한 서울 강남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경우 당장 주변 집값과 비교하면 적어도 5,000만~1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됐다”며 “계약금 1억4,000만원을 1년간 신용대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당첨돼 웃돈을 받으면 이익이니 충분히 투자할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도금 대출 보증 강화 등 공급 조절을 염두에 둔 정부의 규제 방향 변화도 8월 집값 상승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주택 공급을 줄일 경우 결국 시중 자금은 기존 주택시장으로 흐를 수밖에 없고 그중에서도 우량 상품으로 인식되는 재건축 아파트나 신도시 등 인기 주거 지역으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신규 공급을 줄이게 되면 인기지역과 비인기지역 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재건축이나 인기 주거지역에 대한 과열 양상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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