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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서귀포 곶자왈] 나무...덩굴...암석...시간이 빚은 '원시 속살'을 보다

도시개발 광풍 ·척박한 대지 뚫고 살아남은 용암숲 장관

올레꾼 발걸음 유혹하는 '느영나영 감귤창고 카페' 눈길

내년 1단계 개장 앞둔 동서양 신화 테마파크도 들러볼만

원시 자연과 가장 비슷한 곶자왈이 아래에 펼쳐져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 전망대에서 본 풍경. 멀리 한라산이 구름에 싸여 있다.




아주 옛날 사람이 살지 않았을 때 자연 그대로의 숲은 어떤 모습일까. 현실에서 보려면 제주도를 찾아가면 된다. 제주도 ‘곶자왈’을 말함이다. 도시개발의 광풍에서도 곶자왈에서는 순수한 원시 자연 그대로를 체험할 수 있다. 자연뿐일까. 제주에는 역사가 생기기 이전의 신화가 있다. 제주도는 원시 자연과 함께 신화도 관광상품으로 만들었다. 그 순수함을 이어가기를 바라면서 이번주에는 가을이 익어가는 제주를 찾았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서 조성해 기증했다는 팻말이 선명했다. 지난해 7월 개장했으니 이제 1년 정도 나이의 ‘공원’이다. ‘곶자왈’은 순수한 제주 사투리다. ‘곶’은 숲을 말한다. ‘자왈’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덤불같이 어수선한 곳’이라는 뜻이다. 덤불숲이라는 말인데 이런 명칭 자체가 있는 것을 보면 제주에서는 곶자왈이 보편적인 것을 알 수 있다.

곶자왈은 일반적으로 용암대지 위에 형성돼 있다. 용암대지는 것은 쉽게 말해서 돌이다. 돌들과 이런 돌들의 부스러기 위에 나무가 자라고 숲이 형성된 것이 곶자왈의 특징이다. 돌무더기로 된 숲이어서 이로운 점도 있었다. 인간들이 농사 짓기가 힘들다는 점에서 훼손이 최소화됐다는 점이다. 그래서 방목지로 이용하거나 땔감을 얻거나 약초 등을 채취하는 데 그쳤다. 그 때문에 숲이 살아남았고 이제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자연경관이 된 것이다.

제주에서 곶자왈은 보통 네 지역에 걸쳐 분포한다고 말한다. 한경∼안덕 곶자왈지대, 애월 곶자왈지대, 조천∼함덕 곶자왈지-대, 구좌∼성산 곶자왈지대이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서귀포시의 한경∼안덕 곶자왈지대 가운데 있는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이다. 탐방안내소를 기점으로 테우리길(1.5㎞), 빌레길(1.5㎞), 오찬이길(1.5㎞), 한수기길(0.9㎞), 가시낭길(1.1㎞) 등 코스로 한 바퀴를 둘러볼 수 있다.

숲속으로 한 발짝 들어서자 울창한 숲은 바깥과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나게 해준다. 숲 해설사는 다양한 식물에 대해 말해준다. 종가시나무·녹나무·아왜나무·센달나무 등 상록활엽수림과 때죽나무·팽나무·곰의말채·이나무 등 낙엽활엽수림 등 외우기도 힘든 이름들이다. 용암이라는 악조건에서 살아남은 식물들이어서 그런지 더 강인한 아름다움을 준다. 곶자왈에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한다고 한다.

곶자왈 숲을 어느 정도 벗어났을까. 갑자기 너른 들판이 나오고 전망대가 보였다. 높이 15m의 전망대에서는 멀리 한라산과, 다른 쪽으로는 바다도 보인다. 360도 파노라마다.



원시림만 있을까. JDC는 외국 자본인 홍콩 란딩그룹, 겐팅싱가포르와 함께 ‘신화역사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2013년부터 서귀포시 안덕면에 관광단지를 조성 중이다. 내년 1단계 개장을 목표로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총 2조원이 투입돼 250만㎡에 신화와 역사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가 만들어진다. 제주도뿐 아니라 페르시아·히말라야·잉카·이집트 등 동서양의 신화가 망라된다.

안덕면 제주신화역사공원 J지구에 들어설 신화·전설 테마 탐방로 JDC가 직접 운영한다. 아직 정식 오픈 전이지만 볼 만하다. 제주도 모양으로 조성한 공원 내에서는 제주도의 신화를 말해주는 다양한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하로산또(한라산신)와 김통정, 영등할망, 풍수사 고종달, 천하장사 오찰방 등 각 지역의 재미난 전설을 형상화한 조각들이 들어섰다.

숲과 공원을 걷는 데 힘이 들었다면 ‘느영나영 감귤창고 카페’에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JDC가 지원한 마을공동체 사업인 문화카페 2호점이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에 문을 열고 있다. 더이상 사용되지 않는 감귤창고를 활용한 카페다. 마을에서 직접 생산한 식재료로 만든 다양한 음료와 식품을 판매한다. 커피와 차 종류를 비롯해 감귤에이드·피자·팬케이크 등 간식거리도 많다. /글·사진(제주)=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숲 해설사가 ‘종가시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난대림이나 계곡에 나는 참나무과의 상록 교목이라는 설명이다.


제주의 신화 가운데 ‘풍수사 고종달’에 나오는 장수매 모습의 조형물을 한 관람객이 살펴보고 있다.


마을공동체 가게인 ‘감귤창고 카페’의 내부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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