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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과서 국정화' 소모적 논쟁 접자

이명주 공주교대 교육행정학과 교수


국가 안정과 경제 발전을 위해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아 진력해야 할 시점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국가 중요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교과서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여야가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매일 지켜보는 것이 지겹고 안타깝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생사 결단의 역사전쟁·이념전쟁에 국민과 여야가 차가운 이성적 시각보다는 자신들만의 도그마에 빠져 감정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 같아 또한 안타깝다.

물론 지난 3일 교육부가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한 것에 대해 국민들의 반대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철저한 흑백논리와 경직된 사고에서 기인한 몰가치적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국정과 검인정 교과서를 놓고 '선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냉철하게 보면 둘 다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현행 검정 역사교과서는 균형을 상실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격하하고 폄훼하며 친북적으로 모호하게 기술된 측면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교육부의 부실 검정을 탓하기 전 편향된 역사관과 역사에 대한 주관적 호불호와 성향에 치우쳐 교과서를 집필한 저자들도 응분의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역사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성숙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호도하고 왜곡해 은연중에 가치 혼란에 빠뜨리게 할 개연성이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것은 차선책으로 불가피한 고육지책이라고 생각한다. 국정 역사교과서가 열매를 맺기도 전에 성급하게 폐단과 오류를 들먹이면서 반대 운동을 벌이는 것은 극히 성숙하지 못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국민들도 역사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인식에 기초하기보다는 각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감정적으로 이 문제를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히 우려된다. 역사란 오로지 사실을 가지고 사실에만 근거해 접근해야 하는 학문이다. 역사가 사실을 벗어나 존재할 때 그것은 허구일 뿐이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모름지기 개인과 민족의 국가 정체성 확립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진정으로 좋은 교과서여야 한다.

일부 시도 교육감들이 벌써부터 국정교과서를 대체할 대안교과서를 언급하고 있는데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 자명하다. 보다 깊이 있는 사려와 판단이 요구된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주사위는 던져졌다. 국정화에 대한 논란이 더 이상 무의미해지고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너게 된 것이다. 더 이상 소모적인 정쟁과 논쟁을 접어두고 진정으로 여야와 보수·진보 진영 모두 만족할 만한 좋은 역사교과서가 만들어지기를 지켜보는 성숙한 국민의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부나 국사편찬위원회도 반대 세력이 있다고 해 주춤거리거나 눈치를 보지 말고 좀 더 적극적이고 당당한 자세로 임해주기 바란다. 집필자들도 역사에 남을 좋은 교과서를 만든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과업에 임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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