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분기 우리 경제는 전년동기 대비 3.3% 성장하면서 2014년 3·4분기(3.4%) 이후 7분기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가계며 기업 할 것 없이 체감경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성장률이 높게 나온 이유는 뭘까. 답은 주택경기에 있다. 한국은행 국민계정에 따르면 2·4분기 3.3% 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건설투자였다. 성장기여도는 절반이 넘는 1.7%포인트. 쉽게 말해 건설투자가 없었다면 올해 2·4분기에 우리 경제는 전년동기 대비 1.6% 성장하는 데 그쳤을 것이라는 뜻이다.
건설투자가 성장률을 떠받치는 비중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연간 기준 3.3% 성장했던 2014년만 해도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는 0.2%에 불과했다. 2.6% 성장했던 2015년 하반기 들어 아파트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는 0.6%까지 커졌다. 올 들어서는 성장률의 절반을 메꾸고 있다.
특히 건설투자 중에서도 주거용 건물투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 2·4분기 주거용 건물투자에 창출한 부가가치는 20조5,526억원(원계열 실질 기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2·4분기(16조5,328억원)와 비교하면 24.3%나 늘었다. 같은 기간 비주거용 건물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8.3%, 토목건설은 1.4% 증가했을 뿐이다. 주거용 건물투자는 전체 건설투자의 35%에 육박한다.
정책당국의 경기 전망이 장밋빛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수도권 일대 전매제한 폐지 등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공격적인 주택경기 부양책이 없었다면 올해 우리 경제는 성장률은 1%대 나락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아파트 분양이 내리막길로 돌아설 경우 더 이상 성장세를 떠받치는 것도 힘들어진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분양이 워낙 많이 돼서 이게 건설투자로 많이 이어진 측면이 있는데 하반기부터는 전년동기 대비한 증가세가 줄어들 것”이라며 “주택경기가 성장세를 높이는 효과도 빠르게 약해지면서 하반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 2%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건설경기를 더 빠르게 식힐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급과잉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처해 집값 급락이라는 위기를 막겠다는 의도이지만 그나마 우리 경제를 떠받치던 건설투자를 줄이면서 성장률의 하향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5일 집단대출 취급시 은행이 의무적으로 소득확인을 하도록 하는 방안 등 8·25 가계부채 대책의 후속조치 방안을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올해는 건설 때문에 성장률이 정부가 목표로 하는 2% 중후반까지 나올 수는 있지만 주택경기에 기댄 성장의 함의를 잘 생각해야 한다”며 “설비투자나 민간소비가 건설투자를 대신해야 하는 데 성장세를 높여줄 수 있는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내년이 더 어렵고, 새 정부가 출범하는 내후년에는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조민규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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