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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회생형 법정관리' 거론...정무적 판단이 변수

물류대란 최악 막게 되자 향후 처리방향에 관심

재무적 상황 보면 '첩첩 난관'...현실화 어렵지만

'청산 대신 회생형' 막판 선회 가능성도 배제 못해





한진그룹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한진해운에 대한 자금지원에 나서면서 사상 초유의 물류 대란은 일단 급한 불을 끄게 됐다. 조양호 한진 회장과 한진 측이 마련한 1,000억원의 자금이면 화물 하역 등 당장 필요한 작업은 재개할 수 있다. 현재 73척(컨테이너 66척·벌크선 7척)의 한진해운 선박이 항만 사용료나 하역비용 등을 감당하지 못해 전 세계 곳곳에서 비정상 운항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화물들의 발이 묶여 물류 경색이 빚어졌다. 하지만 자금 수혈과 함께 미국 등 전 세계 거점항 7곳이 차례로 ‘세이프존(선박 압류금지명령이 떨어진 항구)’ 지정을 앞두고 있어 화물이 내릴 곳을 찾지 못해 바다 위를 떠다니는 최악의 사태만은 막을 수 있게 됐다.

관심의 초점은 이제 한진해운의 회생 여부로 모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해운이 지난 1일 법정관리에 들어갈 때만 해도 외상(상거래채무) 규모가 6,500억원에 달하는데다 용선료도 밀려 있어 청산이 확실시됐다. 회사를 살려놔 봐야 빚잔치에 시달리기 때문에 청산 처리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이 지고 있는 막대한 외상도 문제다. 이 회사가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도선료·하역료·유류비 같은 상거래 채무를 모두 털어내야 한다. 과거 법정관리 업무를 맡았던 한 지방법원의 부장판사는 “상거래 채무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는 각종 소송전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외상부터 갚는 게 선결 조건”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한진 측이 마련한 1,000억원으로 짐을 내리는 데 필요한 긴급 작업은 진행할 수 있어도 외상은 사실상 갚을 도리가 없다.

한진그룹에 한진해운을 살릴 의지가 있는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버텨왔던 조양호 회장이 사재 400억원을 출연한 것은 대기업 오너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한진해운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진그룹 고위 관계자 역시 “지난 8월 말 자구안 제출 당시 추진했던 대한항공 4,000억원 유상 증자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진이 한진해운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이번 1,000억원이 마지막이라는 얘기다.



금융당국 역시 현 상태에서 이른바 ‘회생형 법정관리’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법정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법원 측이 회생형 법정관리에 대한 여운을 남기며 금융위와 궤를 달리하고 있는데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진해운 ‘회생론’이 힘을 얻고 있어 막판 변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일 열린 당정회의에서도 회생형 법정관리를 선택지로 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부산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진해운 파산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커 한진해운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은 무시 못할 변수다. 부산에서는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부산시·항만공사·상공회의소 등이 3,000억원의 자금을 모아 한진해운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재무적 관점만 놓고 보면 금융당국의 생각대로 청산형 법정관리를 택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자산부채양도(P&A) 방식을 통해 현대상선과의 통합이 바람직하지만 당국이 정무적 판단에 나설 경우 한진해운의 진로 또한 극적으로 회생형 법정관리를 통해 생존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대해 자금지원·지급보증과 같은 재무적 도움을 통해 현대상선처럼 ‘국유화’하거나 대규모 공모펀드 등으로 지원에 나선다는 전제가 깔려야 한다. /서일범·한재영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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