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매각을 위한 입찰이 진행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판교 알파리움타워(사진)’에는 총 11곳의 부동산 자산운용사들이 참여했다. 싱가포르계 에이알에이(ARA)와 중국 안방보험이 인수한 동양생명의 자회사인 동양자산운용 등 외국계 운용사를 비롯해 이지스자산운용과 코람코자산운용 등 국내를 대표하는 운용사들도 이번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부동산 시장의 중심인 서울이 아닌 경기도에 위치하고 있는 자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방행정공제회를 비롯한 매각 측은 ARA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상태다.
순조롭게 매각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알파리움타워 매각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매각 과정에서 매각 측은 알파리움타워의 가격을 높이고 흥행을 성공시키기 위해 국내 1위 건설회사인 삼성물산이 전체 빌딩을 임차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오히려 이 같은 점이 알파리움타워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임대차 기간은 5년이다. 5년 뒤 삼성물산이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지 않으면 빌딩 전체가 텅텅 비게 된다. 통상적으로 부동산 펀드의 운용 기간이 5년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매각 시 공실 우려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나 삼성물산의 경우 현재 주택 사업을 비롯해 구조조정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상황이다. 또한 삼성물산은 과거에도 자주 본사를 이전하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 싱가포르계 운용사인 아센다스의 경우 지난해 알파리움타워가 100% 공실인 상황에서 인수를 추진했었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서 매입을 포기했다. 100% 공실인 상황에서는 자산운용사가 향후 임차인 유치 계획을 세워 자산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삼성물산이 들어오게 되면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가격 상승도 부담스러운 요인이었다.
실제 부동산 자산운용사들은 알파리움타워와 같이 ‘싱글 테넌트(단일 임차인)’인 자산을 선호하지 않는다. 특히나 삼성물산과 같이 단기간 임차계약을 맺은 경우는 더 그렇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오피스 시장의 중심은 서울이며 판교는 어디까지는 하위 시장”이라며 “삼성물산이 나가게 되면 대체 임차인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일 임차인의 경우 임대인의 협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체로 투자자들이 선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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