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현직 검사들에 대한 무더기 조사에 착수하기로 해 이른바 ‘스폰서 부장검사’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김형준(46) 부장검사와 스폰서 김모(46·구속)씨 사이의 통화 녹취록에서 수사 무마 시도로 의심되는 단서가 여럿 포착된데다 김 부장검사가 박모 변호사에게 돈을 빌린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검찰이 조사 대상을 크게 확대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스폰서 부장검사 사건이 앞으로 검찰에 거대한 해일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 검사장)는 8일 스폰서 부장검사 사건을 철저히 파헤치기 위해 감찰 전선을 서울서부지검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재직 검사로 확대하고 이들에게 소명자료를 받는 등 조사를 진행했다. 김씨와 나눈 통화 녹취록에서 김 부장검사가 현직 검사들을 만나 사건을 무마하려던 정황을 여럿 포착한 터라 내부 감찰의 고삐를 당긴 셈이다.
두 사람이 나눈 통화 녹취록에는 김 부장검사가 “내가 서부지검 부장들을 다 여의도 메리어트호텔 식당에 불러 밥을 먹이며 자연스레 친해졌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온다. 현재 식사 자리에 참석한 부장검사는 대략 5~6명, 식대는 40만원가량으로 알려졌다. 또 김 부장검사가 김씨 사건 담당인 서부지검 평검사와 만나기 위해 “울산에 있는 친한 검사를 불러 3~4명 엮어 밥을 먹였다” “(서부지검) 제일 위에서부터 차장·부장한테 전화 통화로 얘기했다” “오죽하면 고양(지청) 쫓아가고 마포(서부지검) 쫓아가고 어떻게든 끈을 만들어서 밥 먹으려고 한다”는 대목도 등장한다.
여기에다 김 부장검사가 과거 한 부서에서 일하며 친분을 쌓은 박 변호사와 의심스러운 돈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그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으로 재직했던 서울남부지검 현직 검사들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그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금조부 등에서 함께 일했다고 알려진 박 변호사는 부인 계좌로 김 부장검사가 김씨로부터 1,000만원을 송금받도록 도운 인물이다.
박 변호사는 차명 지분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고 미공개 정보로 주식거래를 하는 등 2건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1건은 김 부장검사가 올 초까지 증권범죄합수단장으로 해당 사건을 수사했다.
대검은 김 부장검사가 본인 수사 지휘 범위에 있던 수사 대상이자 사건 피의자인 박 변호사로부터 1,000만원을 빌려 쓴 정황을 포착하고 부적절한 금품거래와 연관됐을 가능성은 없는지, 직무상 부적절한 행위는 아니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조사대상 대폭 확대 초유 사태
“거대한 해일 몰고 온다” 우려
서부·남부·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의 현직 검사까지 조사 대상에 오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법조계 일각에서는 제2, 제3의 비위 사건이 앞으로 더 적발될 수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스폰서, 사건 무마 청탁 부장검사 사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단서나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며 “연이은 비위 사건으로 크게 추락한 검찰 신뢰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라도 대검이 철저한 감찰과 조사로 해당 검사들을 일벌백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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