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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김진형 지능정보기술硏 원장 - AI·SW 인재 적극 유치...지능정보기술 '필사즉생 연구'

연구원 내달 개원...국내상황 열악해 당장 구글과 맞대결 불가능

기초 원천기술은 대학에 맡기고 '상용화 연결고리' 역할에 주력

첫 연구과제로 대화형 챗봇·농업용 AI·콜센터 자동화 등 검토





대담=고광본 정보산업부장 kbgo@sedaily.com

“충무공이 불과 열두 척의 배로 수많은 적과 싸우며 말씀하신 상유십이 필사즉생(尙有十二 必死卽生)의 각오로 지능정보기술을 연구·개발하려 합니다.”

김진형(67)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 초대 원장은 지난 9일 경기도 판교 글로벌R&D센터 내 연구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명량 해전’ 당시 이순신 장군의 출사표를 언급하며 비장하게 답했다. KAIST 교수 출신인 김 원장은 우리나라 ‘1호 인공지능(AI)’ 박사로 국내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SW) 분야의 대부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13년부터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 취임 전까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으로 재직하며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를 주창했고, 현재도 정부 정책 수립과 국회 입법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 원장은 “지능정보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며 “어려운 일이지만 꼭 해내야 하는 일”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지능정보기술이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의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한 것으로 정부는 인공지능보다 광의의 개념인 지능정보를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올해 7월 법인이 발족해 오는 10월에 개원하는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은 3월 ‘알파고 쇼크’가 발생한 후 미래창조과학부가 부랴부랴 150억원을 연구비로 내놓고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SK텔레콤·KT·네이버·한화생명 7개사가 30억원씩 총 210억원을 출자해 주식회사 형태로 만든 연구소 기업이다. 주식회사임에도 정관 1조에 ‘국가의 공익을 위해 일하며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도모한다’고 명시했다.

김 원장은 “국내 지능정보와 인공지능의 저변이 너무 좁다”며 ‘참담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뇌과학이나 슈퍼컴퓨터 같은 인공지능 관련 대형 국책연구는 있었지만 이렇다 할 인공지능 연구가 이뤄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전문인력이 당연히 부족하고 정부나 기업이 투자에 나서지 못해온 것이다. 더욱이 인공지능의 근간이 되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제대로 꽃핀 적도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능정보기술연구원도 ‘허허벌판’에서 시작해 이제 연구실 구색을 갖춰가는 중이다. 전국적으로 인재를 수배했으나 현재 확보한 연구인력은 5명에 불과한데 올해 말 20~30명으로 늘리고 2018년에는 50명까지 확충할 방침이다. 김 원장은 “기본적으로 국내에 인공지능 전공자가 매우 적은데 국내외 인공지능을 전공한 젊은 박사들과 경험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언제든지 환영”이라며 “하지만 출자기업에서 인력을 파견받는 것도 여의치 않고 미국에 있는 한국계 전문연구자도 2억원의 연봉을 준다고 해도 합류 제의에 난색을 표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당장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이 글로벌 선도기업과 맞붙을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습니다. 정부도 지원을 재량껏 투자할 수 있는 출연금 형태로 주는 게 아니라 애로도 큽니다. 기초 원천기술은 대학이, 중후장대한 연구는 정부 출연연구소가 하고 연구원은 그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맡겠습니다. 대학·출연연구소의 기술을 검증하고 실용화해 기업에 전수하고 다시 피드백을 받는 것이죠.” 김 원장은 ‘공유·개방형’ 연구를 강조하며 “구글의 알파고든, IBM의 왓슨이든 도움이 된다면 다른 인공지능 도구도 얼마든 활용하겠다”며 “대기업·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원한다면 언제든 참여할 수 있는 ‘개문발차(開門發車)’ 형태로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과제는 정부·대학의 관심사이면서 기업에도 도움이 되는 것을 우선 추진할 계획으로 기업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파악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의 첫 연구과제로는 음성인식을 기반으로 한 챗봇(Chatbot) 분야를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세계적으로도 주목도가 높은 챗봇은 자연어를 이해하는 대화형 인공지능으로 사람이 손으로 일일이 질의어를 입력할 필요 없이 말로 질문을 하면 상황과 맥락을 이해해 적절한 답을 준다. 김 원장은 “챗봇을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에 적용하면 매우 편리할 것이고 콜센터 자동화와 맞춤형 상품 추천 등에도 가능하다”며 “나아가 챗봇이 농작물의 병충해 정도를 체크한다거나, 노인들이 챗봇과 대화를 하며 건강 상황을 확인하고 이 데이터를 의료용으로 활용하는 등 응용 분야는 많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연구원을 국내 인공지능·소프트웨어 인재를 담을 그릇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대는 말할 것도 없고 KAIST조차 인공지능을 마음껏 전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더욱이 국내에서 인공지능 전문가를 받아줄 곳이 별로 없어 지난 30년간 KAIST에서 교수를 할 때 배출한 박사가 30명, 석사가 60명 수준이지만 이들 중 태반이 외국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진작부터 인재를 흡수하고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는 물론 최근에는 중국과 일본 역시 자체적인 육성책과 더불어 타국 인재 유치에 적극적인데 우리 현실은 너무나 열악하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우리 출연연구소 연구원같이 아예 직장 개념으로 연구한다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몇 년 연구한 뒤 창업해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가 태반인데 우리는 왜 연구만 해서 먹고사는 회사가 없는지 아쉽습니다. 공대의 경우에도 아직도 기계공학과가 기득권을 움켜쥐는 등 대학과 연구소도 시대의 흐름에 뒤처져 있습니다.” 김 원장은 이어 “인프라는 열악하지만 정부나 기업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연구소, 개발자가 최고의 대우를 받고 인공지능을 전공한 사람은 누구나 근무하고 싶어하는 연구소가 되도록 기틀을 마련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한편 구글이 요청한 국내 지도데이터 반출 논란에 대해서는 “과거 영화 스크린쿼터를 풀면 국내 영화산업이 망한다고 했지만 우려와 달리 지금 ‘1,000만 관객’ 영화가 계속 나올 정도로 성장했다”며 구글에 납세를 독촉하면서 우리도 개방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김진형 원장은

△1949년 서울 △서울대 공학 학사, 미국 캘리포니아대LA(UCLA) 전산학박사 △1981년 미국 휴즈연구소 컴퓨터사이언스 선임연구원 △1990년 IBM 왓슨연구소 방문연구원 △1994년 KAIST 인공지능연구센터 소장 △1997년 한국인지과학회장 △2000년 국제패턴인식협회 석학회원 △2003년 KAIST 인공지능패턴인식 국가지정연구실 실장 △2010년 국가정보화추진 지식자원전문위원회 위원장 △2013년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 △2016년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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