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이 청년임대주택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3년간 한시적으로 추진하는 ‘역세권 2030청년주택’은 용적률 혜택, 절차 간소화 등 토지주에게 주는 혜택이 파격적이라 역세권에 땅을 가진 토지주들의 관심이 높은 사업이다. 미래가 사들인 합정역 부지 매입가(960억원)도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랜드그룹은 애초 합정역 부지 최저입찰가를 1,100억원으로 책정했다. 부동산금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은 토지 확보가 가능하다면 해볼 만한 사업”이라며 “이번에 미래가 매입한 가격은 너무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적정한 가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037620)은 임대주택사업을 위해 최근 이랜드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물로 내놓은 서울 합정역(지하철 2·6호선) 인근의 서교동 395-43일대 6개 필지(대지면적 6,735㎡)를 960억원에 매입하기로 하고 전체 매입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지불했다.
◇미래에셋 참여로 업계 관심 커질 듯=미래에셋 입장에서 합정역 청년주택 사업은 시범사업의 성격이 짙다. 장기적으로 임대주택 사업을 키우기로 방침을 정했다기보다는 이번 사업의 결과를 보고 관련 사업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쓸 만한 부지 자체가 별로 없고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임대사업으로 수익률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며 “일단 이번 사업이 예상대로 잘 추진되면 관련 사업을 확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이 청년주택을 추진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관계자는 “아직까지 상품이 보편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상품성 자체가 어느 정도인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미래의 사례를 통해 적정 토지 매입 가격과 임대료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역세권 인근에 활용 가능한 부지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은행들은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KEB하나은행이다. 김승수 서울시 역세권사업팀장은 “하나은행의 경우 지점 통폐합으로 발생한 유휴 부지를 청년주택으로 활용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으며 현재 5~6개 정도가 서울시의 청년주택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외 KB국민은행·신한은행 등도 역세권 부지를 활용해 임대주택 사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청년 임대주택 활성화 위해서 임대료 부담 낮춰야=서울시가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젊은이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실제 일본 도쿄에서는 역세권 인근 임대주택에 젊은 층들이 몰려들면서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도심이 활기를 띠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다만 월급의 3분의1 이상을 임대료로 지불하는 월세 문화에 익숙하고 기업들이 주거 보조비 정책을 통해 월세를 지원해주는 경우가 많은 일본과 달리 전세 문화가 뿌리 깊은데다 청년들을 위한 주거비 보조 정책이 열악한 한국에서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장 1호 사업이 착공도 하기 전부터 고가 임대료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최자령 노무라종합연구소 연구원은 “청년 임대주택 사업을 민간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임대료를 저렴하게 하겠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현재 시에서는 청년주택 공급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실제 청년들이 주거난을 겪는 것은 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닌 만큼 주거비 보조 정책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형 딜로이트안진 전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청년들이 임대료 지불 능력이 있냐는 것”이라며 “서울시의 정책 취지를 살리려면 입주자 선정과 임대료 책정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시에서 여러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임대운영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민간 사업자들의 수익성은 물론이고 청년들이 감당할 수 있도록 임대료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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