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장·차관 워크숍’에서 노래 ‘달리기’와 ‘버터플라이’ 노래 가사를 인용하며 김 장관 사태와 관련해 유감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요즘 즐겨듣는 노래 중 하나가 ‘달리기’인데, 힘들지만 이미 시작했는데 중간에 관둔다고 할 수 없고 끝까지 하자는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한 뒤 “새벽 국회 본회의가 좀 이상하게 끝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각이 여삼추가 아니라 삼추가 여일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조급한 마음이 드는데, 우리 정치는 시계가 멈춰선 듯하고, 민생의 문제보다는 정쟁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며 “해임건의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고 농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켜 유감스럽다”다고 비판했다. 또 장·차관들에게 “다시 한 번 신발끈을 동여매고, 흔들리지 말고 국민을 위해 뛰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예정대로 워크숍에 참가해 담담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4대 구조개혁 완수를 주문하며 “공직자들은 대한민국의 변화와 개혁을 선도하는 당당한 주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폰서 검사’, ‘흙수저 발언’, ‘뇌물 수수’ 등 고위공직자들 문제와 관련해서는 “최근 일부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와 부적절한 언행은 국민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기고 공직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 발언 후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염동열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대통령 발언에 매우 깊게 공감한다”며 “대통령이 야당의 정치적 공세로 인해 국가의 에너지가 손실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 말씀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염 수석대변인은 또 “김 장관은 취임한 지 얼마 안 됐고 어떠한 결격사유도 없다”며 “야당이 세월호특조위 활동 기간 연장과 어버이연합 청문회 개최를 놓고 ‘밀당(밀고 당기기) 거래’를 하려다 거부당하자 정치공세를 퍼부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야당이야말로 유감스럽고 상생과 협치는 야당만의 의무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상생을 위한 노력은 무엇이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비상시국이기에 국정을 바로 세우려면 부적격 장관의 해임이 필요하다”며 “국회의 정당한 절차를 문제 삼는 것은 행정수반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사회 위기와 혼란을 가중시키는 장본인이 박 대통령임을 깨달으시기를 바란다”며 “대통령은 말끝마다 위기와 혼란을 갖다 붙이며 ‘기승전혼란’ 어법을 구사하고 있다”며 “비상시국에 비리의혹으로 점철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최순실을 감싸고 김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아몰랑 정치’로 국론분열을 초래한 장본인은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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