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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옛 도시 그림...亞 유토피아가 펼쳐지네

국립중앙박물관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특별전

풍요로움·태평성대 묘사한 中 1급 문화재 '청명상하도'

조선시대의 '태평성시도' 등 204건 373점 작품 총출동

중국 랴오닝성박물관이 소장한 중국 명나라 작품 ‘청명상하도’ 중 일부. 폭30.5cm에 총길이는 987cm인 대작이다.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안개 드리운 푸른 산과 배경으로 소를 탄 목동이 지나가고 들판에서는 연 날리는 아이들이 모여있다. 마을을 찾은 유랑극단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을 뒤로 숲을 지나면 혼례행렬이 펼쳐진다. 어부와 나무꾼을 뒤로 하고 도심 가까이 향할수록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물길을 따라 형성된 상업도시는 분주한 상점과 즐거운 백성의 모습으로 풍요로움을 대변한다. 길이만 987㎝에 달하는 랴오닝성박물관 소장의 중국 1급 문화재 ‘청명상하도’다. 11세기말에서 12세기초 번성했던 북송의 수도 변경을 묘사한 ‘청명상하도’는 태평성대를 꿈꾸는 이상향으로 후대에까지 널리 그려졌다. 이 그림은 군주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인기가 높았는데 청대에 이르러 건륭제는 비슷한 형식으로 소주를 그리게 했고 자그마치 12m가 넘는 대작 ‘고소번화도’를 탄생시켰다.

청나라 소주의 풍요로움을 그린 중국 랴오닝성박물관 소장의 ‘고소번화도’ 일부. 왕실의 명으로 제작된 것으로 폭36.5cm에 길이는 자그마치 1,241cm에 달한다.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우리 국보에 해당하는 중국의 귀한 유물 ‘청명상하도’와 ‘고소번화도’가 머리를 맞대고 나란히 전시장에 놓였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이 5일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한 특별전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이다. 귀한 유물에 대한 중국의 해외 반출 조건이 엄격해 두 작품을 동시에 볼 기회가 흔치 않은 데다 이번에도 오는 23일까지 단 19일만 진본을 공개하기 때문에 관람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18세기 조선 후기부터 1930년대까지 우리 미술을 도시 문화의 맥락에서 살펴본 이번 특별전에는 모두 204건 373점의 주요 작품들이 총출동했다. 전시는 크게 4부로 나뉘어 △도시 경관 △도시 사람들 △취향과 미의식, 그리고 △근대의 도시로 구분된다.

‘청명상하도’나 ‘고소번화도’와의 관련성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 못지않은 우리 그림으로는 ‘태평성시도’가 있다. 다양한 인물로 꽉찬 도시 풍경은 풍요의 극치를 이루는데, 화풍이나 의복·건축 양식 등이 조선의 것과는 거리가 있다. 실제 당시 모습이라기보다는 ‘이상향’을 그렸기 때문이다. 같은 주제의 일본 교토의 이상적 풍경을 그린 ‘낙중낙외도’까지 한자리에 걸려 동아시아 도시의 유토피아가 펼쳐진다.

전시된 유물들은 문인중심의 도시 문화가 19세기 부상한 중인으로 확산하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1814년작 ‘수갑계회’는 상당한 규모의 기와집 사랑채 대청에 모인 중인들이 기생과 악공을 두고 즐기는 연회장면이 묘사돼 있다. 비슷한 시기 유숙이 그린 ‘수계도’에 문인 30여명이 모인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유숙 ‘수계도’ 일부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장승업 ‘홍백매도’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이번 전시는 조선의 미술이 소박하고 고졸(古拙)하다는 편견을 깨기에 제격이다. 특히 조희룡의 ‘홍백매도’와 ‘매화서옥도’를 비롯해 유숙과 장승업의 ‘홍백매도’, 화려한 색의 청화백자, 나전함 등이 함께 놓인 ‘도시의 미감’ 방은 화려함의 정점이다.

원래 조선의 양반 사대부들은 서화 등 예술을 즐기되 ‘완물상지(玩物喪志)’ 즉, 물건을 가지고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자신의 의지와 뜻을 잃는 것을 경계했지만 도시문화의 발달과 함께 이를 자랑하는 풍토가 생겨났다. 당시는 물론 지금의 소장가들도 애호하는 ‘책가도’ 등 기명절지화가 이를 반영한 것인데 지식과 예술품이 소유와 과시, 욕망으로 변화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해 보인다. 전시는 11월23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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