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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아무도 부작용 책임지지 않는 김영란법

10兆 소비위축 예상되는데

정부는 "지켜보자" 혼란 외면

서민에게 비용 떠넘기지 말고

보완입법 등 대책 마련 나서야

온종훈 정치부장 사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학연·지연 등 연고주의와 공직자 등의 금품수수 등이 사라져 부정·부패가 없는 ‘클린 사회’로 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시행됐지만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단계다. 오히려 법 시행 초기에 이런저런 혼란상만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다.

지금 시점에서 한 가지 어리석은 질문을 해보자. 김영란법은 법인가 정책인가. 어리석다는 전제를 깔았듯이 이 질문의 답은 법이기도 하고 정책이기도 하다. 사회 규범을 국가 공권력으로 규제하고 과태료 등을 부과하기 때문에 형법의 하나로 봐야 한다. 또 청정사회라는 공익적 목표를 지향하는 정부의 일관된 지침으로 보면 정책이기도 하다. 굳이 이 같은 분류를 한 것은 복잡한 법률·법리적 논란을 제외하고 정부 정책으로서 문제점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책으로서만 보면 400만의 직접 규제 대상을 포함해 우리 사회 대부분이 느끼듯이 김영란법은 허점투성이다. 법 시행 전은 차치하고라도 법이 시행되고 나서도 국민권익위원회에 유권해석 의뢰가 폭주하는 것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이 정책이 규제하는 대상이 누구이고 어떤 행위인지가 현시점까지 여전히 불분명하다. 적용 대상기관이나 회사 등이 법률회사 등에 자문해 시행한 설명회의 결론은 항상 “묻거나 따지지 말고 시행 초기에는 만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치페이’로 떳떳하게 만나야 한다는 행동 강령이나 법원 판단에 앞서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처신해야 한다는 사회운동 비슷한 움직임까지 언론 지상에 나타나고 있다.

법이 시행돼 논란은 무의미하지만 김영란법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이 같은 혼란과 부작용에 대해 깨끗한 사회로 가기 위한 ‘성장통’이나 불가피하게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책이 추구하는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부작용이나 혼란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을 반대하거나 불편해하는 입장에서는 이 때문에 법이 사문화할 것을 예상하고 기대를 하는 것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정부의 김영란법에 대한 공식적 입장은 ‘우선 시행 후 문제점 보완’이다. 법이 추구하는 기본적인 정신을 2년 정도 지켜가며 그 후에 보완조치 등을 논의해보자는 것이다. 정부 스스로 ‘사후 약방문’을 만들겠다고 미리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 부처 어느 곳도 ‘청렴 사회’라는 정당성과 명분에 편승해 부작용을 걱정하고 보완 등을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다는 점이다. 괜한 오해를 사는 보완 방침 주장보다 문제가 커지면 그때 마지못해 나서겠다는 공직사회의 오래된 습속처럼 보인다. 정부의 다른 어떤 정책도 이렇게 했다가는 국민 여론이 가만히 있지 않겠지만 김영란법에 관해서는 그렇다. 공무원 사회가 전형적으로 보여온 ‘복지부동’이 또 다른 차원에서 김영란법이라는 정책에서도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법의 효과를 보기에 앞서 부작용이 먼저 체감되는 분위기다. 법이 시행되자마자 식당 등의 빈자리가 눈에 띄게 늘고 있고 주류를 취급하는 유흥업소 등은 아예 문을 닫아야 하겠다고 아우성이다. 화훼 농가와 꽃가게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결국 사회 전체의 청렴도를 높이기 위한 ‘성장통’과 ‘비용’의 대부분을 자영업과 농어가 등 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수년째 계속되는 경기 후퇴로 정부는 매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임시 공휴일을 지정하는 등 내수경기 살리기에 노력해왔다. 그럼에도 당장 10조원의 소비위축 등이 예상되는 김영란법을 시행하면서 이에 대한 보완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종의 배임이다. 특히 김영란법으로 나타날 소비위축과 이에 따른 서민 가계의 타격은 쉽게 되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김영란법의 본래 취지인 ‘청렴 사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보완입법과 보완책 마련에 지금 나서야 한다. /jh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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