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한 다양한 책들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김소현(42)의 ‘싱크 오브 미(THINK OF ME)’는 뮤지컬 배우가 직접 쓴 책으론 처음이지 않나 한다.
원래 ‘Think of Me’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넘버(노래)다. 뮤지컬 배우인 저자가 15년 활동 기간 중 가장 많이 부른 넘버다. 무대에서만 수백 번을 불렀고 평소 행사에서도 신청받는 곡이라고 한다. 우리 말로는 ‘생각해줘요’로 번역된다. 책명은 그대로 나를 생각해줘요, 뮤지컬을 사랑해줘요 등의 의미가 된다.
책은 저자 개인의 뮤지컬 인생을 담아낸 에세이다. 하지만 넓게는 국내 뮤지컬 안내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지난 2001년 ‘오페라의 유령’으로 데뷔해 ‘그리스’, ‘지킬 앤 하이드’, ’대장금’, ‘마이 페어 레이디’, ‘엘리자벳’, ‘위키드’, ‘마리 앙투아네트’, ‘명성황후’ 등에 히로인으로 참여했다. 1년에 100회 이상, 총 1,500회를 무대에 섰다고 하니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 배우’라는 이름이 허영은 아니다. 책에는 뮤지컬 배우로 살아온 15년간의 소회와 무대 뒷이야기, 그간 출연한 주요 12편의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해석, 후배들에 대한 충고 등 다양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
김소현은 서울대 성악과 출신으로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다가 ‘오페라의 유령’을 계기로 뮤지컬 배우로 직업을 바꿨다. 2001년 12월4일 ‘오페라의 유령’ 한국 초연에서 크리스틴 역으로 데뷔했다. “덕분에 사람들은 나를 아예 크리스틴, 때론 크리, 어떤 팬들은 소현크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 분야를 10년 이상 파면 ‘도가 튼다’고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지금도 계속 오디션에 참여한다. “오디션은 배우에게 매우 중요하다. 내가 단순히 평가를 받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그 배역에 스며드는 시간이다.”
현역 배우인 저자가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뮤지컬을 대중들이 보다 잘 이해해 달라는 것, 종합 무대공연으로서 우리의 인생사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것이다. “‘아, 무대 뒤 세상에서도 무대 위에서처럼 우아하고 싶다.’ 드레스를 펄럭이며 무대 뒤를 뛰어다닐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의 (‘로미오 앤 줄리엣’의)줄리엣은 운명의 발코니를 위해 사다리 같은 계단을 힘겹게 오르락내리락해야 했다. 우당탕탕 미끄러진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여전히 무대에 오를 때마다 팽팽한 긴장감을 느낀다고 한다. 관객과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무대를 위해 매일매일의 충실한 연습을 빼놓을 수는 없다.
뮤지컬 배우 김소현의 개인사에 풀어낸 책이지만 이것이 한국 뮤지컬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는 것은 흥미롭다. 뮤지컬계에 따르면 뮤지컬이 한국에 알려진 것은 1980년대 이후다. 1990년대 발전기를 거쳐 터닝포인트가 있었는데 2001년 ‘오페라의 유령’ 라이선스 초연이었다. 바로 책의 저자가 첫선을 보인 작품이다. 저자에게는 크나큰 행운이었던 셈이다. ‘오페라의 유령’이 대박을 치면서 뮤지컬이 국내에서 하나의 주요 문화산업으로 자리를 굳혔다. 1만7,700원.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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