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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유경준 통계청장 "기업 '생로병사' 파악해 맞춤형 경제정책 방향 제시할 것"

'기업등록부' 연말 시범 서비스 구축...내년 상반기 완성

정확한 영세 자영업자 통계 만들어 정책 사각지대 해소

공공-민간데이터 융합 통해 다양한 빅데이터 자료 제시

GDP 집계방식 현실 반영 안돼 논란...한국도 개선해야

대담=김정곤 경제정책부 차장 mckids@sedaily.com

서경이 만난 사람, 유경준 통계청장




기업등록부는 무엇보다 정확한 자영업자 통계를 만들어 맞춤형 정책을 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경준 통계청장은 지난 4일 정부대전청사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통계청의 오프라인 조사자료와 국세청의 사업자등록 행정자료가 융합된 기업등록부가 바탕이 될 때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자영업자 통계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영세 자영업자는 그 누구보다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계층이지만 그동안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아 정책의 수혜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기업등록부 시스템이 작동하면 이 같은 부분에서 많은 보완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기업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도 가능해진다. 유 청장은 “기업등록부에 다양한 변수를 결합하고 수치가 누적되면 기업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A업체의 매출액이 변했을 경우 그 원인을 생산품목, 기업지배구조, 수출입 물량, 원자재 가격 변화 등의 각도에서 기업의 생로병사 등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연구기관에도 연구자료를 제공하게 된다. 연구기관은 기업의 현황을 파악할 때 다양한 기관에서 별도의 자료를 입수해야 했다. 하지만 필요한 정보가 기업등록부에 모두 모이면 이 같은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이 밖에 5년마다 진행하는 경제총조사의 세부항목 대다수를 기업등록부로 대체해 통계생산 방식도 효율화할 수 있다. 유 청장은 “오는 2021년으로 예정된 경제총조사에 총 8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등록부를 활용하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등록부 구축 방안은 최근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공식 통과됐다. 통계청은 올해 말까지 시범 서비스를 구축하고 내년 상반기에 완성할 계획이다. 시스템 안정화 점검을 거쳐 2018년 대외에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기업등록부는 이미 해외에서는 적극 활용되고 있다. 가장 빨리 도입한 나라는 스웨덴으로 1963년부터 의회에서 추진, 약 50년 동안 활용되고 있다. 미국도 1972년부터 구축해왔으며 영국은 1994년 도입했다. 호주도 2008년부터 구축했다. 유럽연합(EU)은 대부분 국가가 기업등록부를 활용하고 있다.

유 청장은 통계청장으로 취임한 지 1년 반이 됐다. 그는 “그동안 단기 성과를 내는 것보다 중장기적으로 국가 통계 발전을 위한 업무에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낙후된 지방 통계의 발전을 위한 초석을 닦은 것이 대표적이다. 유 청장은 “올해로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20년이 됐다”며 “중앙단위 통계는 발달돼 있어도 지역 차원의 통계는 시의성·정확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지역내총생산(GRDP) 시차는 2년이 넘는다. 우리나라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증감률(경제성장률)이 약 한 달 만에 나오는 것과 천지 차이다. 당연히 해당 지역자치단체장의 업무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고 지역 경제 발전에 근본적인 걸림돌이 됐다.

유 청장은 “지역 통계 개발만을 위한 예산을 사상 처음으로 편성(약 10억원)해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며 “지자체에 통계 부문을 전담하는 인력을 늘리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계청 본부에서도 직제 개편으로 지역 통계 총괄과도 신설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지역 통계의 정확성과 시의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유 청장이 중장기 시계의 통계 발전을 위해 추진해온 다른 한 축은 ‘빅데이터’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 기반이 되는 것이 빅데이터”라며 “이에 대비해 통계 조사 방법, 생산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청장은 “빅데이터는 협의로 말하면 민간에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등을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파악하는 것이지만 통계청이 정의하는 빅데이터는 공공데이터와 민간데이터의 융합”이라고 역설했다.

최근 통계청은 신혼부부 부채 통계를 발표해 빅데이터 통계 발전의 첫걸음을 뗐다. 올 8월 통계청은 보유한 통계와 신용정보회사의 부채·카드 사용액 등을 연계·분석해 신혼부부(결혼 1~5년차)의 평균 부채가 4,273만원, 평균 소득이 5,123만원이라고 발표했다. 유 청장은 “모든 가계부채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일단 신혼부부의 현황부터 파악했다”며 “앞으로 민간과의 데이터 융합으로 다양한 분석자료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청장은 “취임하자마자 직제 개편을 통해 빅데이터과를 신설하는 등 빅데이터를 중점 추진했다”며 “앞으로 빅데이터 하면 통계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주력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경이 만난 사람, 유경준 통계청장


다만 이날 유 청장은 쓴소리도 했다. 그는 “(민간과의 데이터 융합을 떠나) 공공행정자료가 빅데이터 시대의 출발이므로 부처 간 공유를 해야 한다”면서도 “정부3.0정책으로 많이 개방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처 간 행정자료 공유가 원활히 이뤄져야 빅데이터 시대를 준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청장은 GDP 집계 방식에 대한 의견도 내놓았다. 그는 “GDP 발표 기관을 두고 한국은행과 다툼으로 비쳐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다만 현재의 GDP가 경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느냐는 한국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논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유 청장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에 대해 일본 내무성 통계국은 -0.9%라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취임 이후 각종 부양책으로 체감경기는 이전보다 나아진 것이 사실이어서 BOJ가 나름의 방법으로 추계를 했다. 기존 GDP는 생산·지출·분배의 3요소 중 주로 생산과 지출을 중심으로 파악하는데 BOJ는 분배 측면에서 접근했다. 그 결과는 2.4%였다. 유 청장은 “일본과 같은 (거대한) 경제 규모에서 오차가 3.3%포인트나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GDP가 에어비앤비, 우버 택시 등 공유경제와 삶의 질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GDP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비욘드(Beyond) GDP’ 논의가 국제적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국가마다 대략 GDP에서 0.3~1%의 오차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의 GDP 추계 방식에 한계가 있으므로 우리도 다양하게 개선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은 12월에는 5년에 한 번씩 나오는 장래인구 추계를 발표한다. 유 청장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오차가 크다고 지적했지만 지난 5년간 오차는 총인구가 -0.3%, 65세 이상은 -0.6%로 일본(총인구 기준 -0.4%)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유 청장은 “인구 추계의 오차는 출생과 사망보다는 외국인 이민 등 국제이동이 더 크다”며 “보다 정확한 국제인구 이동 등을 포함해 12월에 공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기획재정부의 장기재정 추계,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4대 보험은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를 기초로 설계돼 있다. 이들의 설계 방안도 이번 결과에 따라 수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 청장은 취임 이후 5년 주기로 통계청이 실시하는 3대 조사(인구주택총조사·농림어업총조사·경제총조사)를 모두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는 “기존 행정자료를 활용하고 대면조사는 최대한 줄이는 등록 센서스 방식을 처음 도입해 예산을 1,450억원가량 절감했다”며 “앞으로도 행정자료를 최대한 활용해 효율적인 통계 생산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리=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사진제공=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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