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버텼다’며 서로를 다독여주는 티아라는 4년의 시간 동안 제법 단단해졌고, 내려놓는 법도 배웠다. 흡사 데뷔 초의 티아라가 달콤한 밀크초콜릿 같았다면, 이제는 씁쓸한 맛 뒤에 깊은 여운이 느껴지는 다크초콜릿 같다. 그만큼 세월의 흐름 속에 티아라는 많이 성숙해졌다.
그 때문인지, 티아라는 이번 앨범에 대한 바람을 음원 차트의 성적이나 판매량 같은 수치에 두지 않았다. ‘1위를 할 것 같냐’는 기자의 물음에도, “그런 일은 없을 거라”며 오히려 손사래를 치기 바빴다.
효민은 “저희는 뭔가 재밌고 즐겁게 하고 싶은 게 1순위에요. 1위를 하는 것도 좋겠지만, 이번 앨범은 재미있게 활동하고 싶다는 바람이 제일 커요. 물론 앨범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저희는 좋았죠.”라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어떻게 보면 씁쓸하기도 해요. 목표가 있는 건 좋은 거니까요. 어느 순간 목표라는게 없어지기는 했지만, 이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번 활동에도 최선은 다하겠지만, 팬 사인회나 음악방송 통해서 팬들과 만나는 자리가 많이 생기는 게 지금은 더 기대돼요.”라고 덧붙였다.
최근 가요계는 ‘7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나올 만큼 티아라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아이돌 그룹들이 해체 혹은 멤버 탈퇴 등의 변화를 겪고 있다. 대부분 소속사와의 재계약 시점에서 일어나는 변화다. 그에 반해 티아라는 이미 예전에 재계약을 마친 상태로 다른 아이돌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소연은 “이번 앨범이 마지막일거라고 생각하는 팬들도 있더라고요. 요즘 가요계 분위기가 그렇다보니까. 아직은 그런 고민 보다는 저희랑 같이 그냥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단호한 어조로 당부를 전했다.
하지만 스스로를 ‘계약직’이라고 칭하는 티아라 역시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려보지 않을 수는 없다. 물론 대부분의 시간을 개인보다는 ‘티아라’의 멤버로 살아가기 때문에 세월을 잘 체감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안 피곤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떤 멤버 보람의 말처럼 대부분의 멤버들이 30대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 많은 걸그룹들이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애증의 티아라’라고 말할 만큼 너무 밉고, 지치고, 싫을 때도 많았지만 제일 소중한 ‘티아라’라는 이름은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하면서도, 멤버들은 자신들의 마음과 무관한 상황이 뒤따를 수도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효민은 “만약에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 상황이 와도, 1년이든 2년이든 그 안에 어떻게 해서든지 시간 맞춰서 앨범이라도 내자라는 얘기를 해본 적이 있어요.”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덧붙여 소연은 “가까운 미래는 절대 아니에요.”라고 못을 받기도 했다.
“ 먼 훗날 각자의 길을 걷게 되는 때가 올 수도 있어요. 누구는 평범한 직업을 가지고 살아갈 수도 있고, 누구는 가정을 꾸릴 수도 있고, 누구는 계속 연기나 노래를 할 수도 있겠죠. 그런 상황이 온다 해도 팀만큼은 해체하지 않고 언제든지 팬들을 위해 다시 뭉칠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두려 해요.”
하지만 티아라 멤버 모두 딱 한가지의 바람은 있었다. ‘정규앨범 발매’가 바로 그것. 8년간의 시간동안 수많은 히트곡과 화제를 낳았음에도 정작 정규앨범은 단 한 장 밖에 없다. 이번 앨범도 열두 번째 미니앨범이다. 티아라는 정규 앨범에 대한 목마름을 호소하며, 차근차근 준비해서 내년 3, 4월쯤에는 꼭 정규앨범으로 팬들을 만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인터뷰 ③에서 계속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