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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in이슈] "노오오오오력 부족하다더니..." 헬조선 청년 울린 최순실

대한민국을 강타한 ‘최순실 게이트’가 청년들의 가슴까지 멍들게 하고 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2년째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이영희씨(28)는 “노오오오오력이 부족하다더니…결국 금수저 물고 태어나려는 노오오오오오력이 부족하다는 뜻이었느냐”고 ‘비선실세’ 논란으로 발칵 뒤집힌 대한민국 사회에 일침을 가했다.

연일 ‘최순실 게이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새로운 의혹들로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2030세대의 한숨이 깊어만 가고 있다. 청년들은 “결국 수저”라며 자조 섞인 ‘수저 계급론’으로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한다. 노력만으로는 바꾸기 힘든 현실의 벽을 다시 한 번 직시하게 만든 이번 사건으로 청년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20대 쌍둥이 형제가 스스로 등록금을 벌기 위해 여름 내내 공사장에서 일했지만 되려 임금 870만원을 떼이고…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월급 140만원 중 100만원을 저축하며 기관사 꿈을 꾸던 19살 김모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는 곳이 바로 오늘날 한국 사회이기 때문이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공주 승마’는 정씨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됐다. /출처=이미지투데이


반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20)는 태어날 때부터 ‘꽃길’만 걸어왔다. 정씨의 ‘공주 승마’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가 예정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대회 출전 규정을 아예 바꿔 버린 것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학교에 제대로 나가지 않고서도 승마협회의 출석 인정 공문으로 졸업이 가능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대학 진학 과정 역시 정씨의 남다른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이화여대는 정씨가 입학을 앞둔 시점에 체육특기생 모집 분야에 승마를 서둘러 추가했고 정씨는 체육특기생으로 이화여대 15학번이 됐다.

최순실씨가 승마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정씨가 승마협회에 선수로 등록한 2006년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승마 성적만 놓고 보면 우수한 선수인 것처럼 보인다. 2008년 5개 승마대회 ‘칠드런’ 마장마술경기 초등부에 출전한 정씨는 5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이 중 4개 대회의 출전자는 정씨 한 명 뿐이었다. 나머지 1개 대회마저 출전자는 정씨를 포함해 두 명이었다. 혼자 출전해 혼자 따낸 ‘셀프 금메달’이나 다름없다고 비판받는 이유다. 승마협회의 공인 승마대회 규정은 ‘(마장마술)3명 이상 출전해야 부별 시상을 한다’에서 2008년 돌연 ‘각 부 참가선수가 1인 이상이면 독립적인 부로 인정하고 해당 종목을 개최한다’로 바뀌었다. 이후 올 8월이 돼서야 다시 2명 이상으로 규정이 변경됐다.

국제승마연맹에 따르면 정유라씨의 마장마술 세계 랭킹은 560위다. 든든한 배경으로 없는 실력까지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는 사실에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심판 판정에 불복해 경찰 내사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도 있다. 2013년 4월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에서 정씨가 2위에 그치자 대회 직후 경찰이 심판 판정을 내사한 것. 이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당시 특별 조사를 시행한 문화체육관광부 노태강 전 체육국장과 진재수 체육정책과장은 정씨의 편을 들지 않아 경질돼 결국 공직을 떠났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한 달 뒤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교수회의에서 체육특기생 종목에 승마가 추가됐다. 이화여대는 정씨와 무관하다고 항변했지만 정황상 믿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4년 대한승마협회에 등록된 선수 251명 중 입시를 앞둔 고3 수험생 선수는 정씨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승마협회의 ‘지나치게 유연한 규정 변경’은 또 있다. 선발전 없이 국가대표에 선발될 수 있도록 지난해 8월 17일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변경한 것. 국제승마연맹에 따르면 현재 정씨의 마장마술 세계 랭킹은 560위다.

마장마술은 가로 60m·세로 20m의 직사각형 마장에서 정해진 운동과목을 얼마나 정확하고 아름답게 하는가를 심판이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경기다. 올해 초 정유라씨가 구입한 ‘비타나V’는 17억원에 달하는 명마다. 유럽 최고 수준의 대회에서 순위권에 여러 차례 오르며 뛰어난 기량을 뽐내왔다. 그러나 정씨가 주인이 되면서 성적이 형편없어졌다.

대한민국 청년들이 ‘공주 승마’에 모멸감을 느끼는 이유는 실력도 검증되지 않은 정씨가 든든한 배경을 가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뛰어난 선수인 것처럼 포장된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실력은 청년들에게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대다수의 2030은 정씨 같은 배경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현재 처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유일한 비책이 실력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다. 이들에게 공식 성적 또는 검증된 실력이라 함은 ‘헬조선’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청년들이 “‘금수저’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면 박탈감·소외감은 들겠지만 분노까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출발선이 다르더라도 노력이 더해져 성과를 낼 경우 상대방을 인정하는 게 당연하다’가 일반적인 인식이다.

한편 김종 문체부 전 차관은 정씨에 대해 비호하며 “독보적인 선수의 자질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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