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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시대]"내 대통령 아냐" 美 전역서 시위…캘리포니아 '칼렉시트' 움직임

극심한 대선 후유증 앓는 美

워싱턴DC·뉴욕·시카고 등

反트럼프 시위대로 뒤덮여

"쓰레기, 탄핵하라" 외침도

SNS서 트럼프 불신 넘치고

힐러리 지지 트윗 봇물이뤄

9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반트럼프 집회에 참여한 한 여성이 ‘트럼프는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내 대통령이 아니다(Not My President)” “쓰레기 트럼프(Dump Trump)!”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극적인 역전승으로 끝난 미국 대선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패자인 힐러리 클린턴이 깨끗이 승복했지만 미국 전역에서는 선거 결과에 대한 분노와 불복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오후9시, 뉴욕 맨해튼의 중심 콜럼버스서클 인근은 이 같은 구호에 박자를 맞춰 부르짖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대부분은 20~30대 젊은이들이었지만 중년으로 보이는 이들도 구호를 외치며 걷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전날 투표로 제45대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하며 당선인이 거주하는 트럼프타워 근처에서 모이기 시작해 인근 도로를 가득 메웠다.

이날 뉴욕은 물론 수도 워싱턴DC와 필라델피아·시카고·오클랜드·시애틀·로스앤젤레스·포틀랜드·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대도시의 번화가에는 대선 결과에 분노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행진과 시위가 잇따랐다. 적게는 500여명, 많게는 수천여명이 몰려들어 ‘반트럼프’를 외쳤다. 반대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이들 중 몇몇은 강한 표현과 비속어, 집기 파손 등을 통해 자신이 지지하지 않았던 후보가 백악관의 주인이 된 상황에 대한 울분을 토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은 보도했다. 심지어 “탄핵하라(Impeach)”는 외침까지 터져 나왔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UCLA 인근에서는 500여명이 거리로 몰려나왔고 오클랜드에서는 100명이 넘는 시민이 트럼프 모형을 불태웠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피츠버그대 학생 수백명이 거리를 행진하며 선거 결과에 반발했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에서도 이민자들이 백악관 근처에서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시위를 벌였다. 조지 워싱턴 초대 미국 대통령 당선(1789년) 이래 특정 후보의 당선이 결정된 직후 미 전역에서 반대 집회가 열린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시청빌딩 앞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나는 강간범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 등의 피켓을 들고 트럼프 당선에 항의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도 승리한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축하보다는 아쉬움과 불신이 넘쳐났다. 지금까지 트위터에 ‘내 대통령이 아니다(#NotMyPresident)’라는 해시태그를 단 트윗이 49만건, 여전히 클린턴을 지지한다는 의미의 ‘아직 그녀와 함께(#ImStillWithHer/#StillWithHer)’를 단 트윗은 14만건 넘게 올라왔다. 특히 클린턴 득표율이 우세했던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캘리포니아와 탈퇴(exit)의 합성어 ‘칼렉시트(#Calexit)’를 해시태그로 달기도 했다.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의 당선이 반대 세력에게 ‘차별의 극대화’ 또는 ‘생존의 공포’로 읽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인종차별적 비밀 조직인 큐클럭스클랜(KKK)이 공식적으로 지지를 표한 후보라는 점도 이 공포를 자극하고 있다.

자신을 라틴계 미국인이라고 밝힌 임마누엘 페레즈는 “트럼프가 자극하는 인종차별주의에 저항하기 위해 왔다”며 “내가 우려하는 것은 이민자 가정의 아이들이 가족들과 강제로 분리되는 상황”이라고 NYT에 설명했다. 여성 시위자인 비앙카 리베라도 “이런 날이 올 거라 예상하지 않았다”며 “수면 아래 있던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떠오를 것”이라고 말하며 달라질 사회에 대한 공포를 전했다. 뉴욕 맨해튼의 시위자 중 한 남성도 CNN에 “나는 매일 매일 그가 4년 만에 물러날 수 있도록 싸울 것이다. 그가 인류(human being)에 해를 끼치지 못하게끔 맞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에서는 혐오범죄가 트럼프 당선을 계기로 정당성을 얻고 활발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루이지애나대 라피엣캠퍼스 경찰은 이날 오전11시께 캠퍼스 인근을 걸어가던 여학생이 회색 자동차에서 내린 백인 남성 2명에 의해 폭행당하고 쓰고 있던 히잡과 지갑을 빼앗겼다는 소식을 전하며 학생들의 안전을 당부했다. 이 남성들은 범행 당시 트럼프 이름이 적힌 흰색 모자를 쓰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시애틀의 반트럼프 시위현장에서 총격이 발생해 총 5명이 다쳤고 그중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다만 경찰은 시위와의 연관성은 없다고 발표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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