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품은 반감이 트럼프 지지 기업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신던 운동화로 유명한 미국의 ‘뉴밸런스’ 운동화는 친트럼프 발언으로 트럼프 반대자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뉴밸런스 운동화를 내다 버리거나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소비자들의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운동화를 불태우는 동영상을 올리는 등 과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는 매슈 르브레턴 뉴밸런스 대외담당 부회장의 “버락 오바마 정부는 우리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트럼프가 당선되니 모든 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는 발언이 전날 인터뷰를 통해 공개됐기 때문이다.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방 5개 공장에서 1,400명의 직원을 두고 ‘메이드인 USA’ 운동화를 만드는 이 회사는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대표적인 반대 기업이었다. TPP가 비준되면 해외 생산에 의존하는 경쟁업체가 유리해지고 미국에 제조기반을 둔 회사는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반트럼프 정서의 첫 희생자가 된 뉴밸런스는 논란이 커지자 성명을 발표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 회사는 “미국에서 운동화를 만드는 유일한 주요 기업으로서 운동화를 더 만들고 싶지 덜 만들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무역에 대한 나름의 시각을 갖게 된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이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무역에 대한 입장을 모두 지지한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에게 반대하는 시위는 주말인 12일에도 뉴욕·로스앤젤레스(LA)·보스턴·시카고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나흘째 이어졌다. 시위는 대부분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일부 도시에서 기물파손·방화 등이 나타나며 과격하게 변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또 이날 오전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는 시위대 중 한 명이 다리에 총상을 입었으며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는 경찰관 2명이 진압과정에서 다치는 일도 발생했다.
시위가 확전 양상으로 치닫자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통합할 것이고 이기고, 이기고, 이기겠다”고 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시위 이틀째인 10일만 해도 그는 트위터에서 이번 시위의 배후로 “언론에 선동당한 전문시위꾼”을 지목하며 “매우 불공정한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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