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장중 달러당 107.6엔을 돌파하며 지난 6월 이후 5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대선 결과가 나온 9일 이후 닷새간 낙폭은 6%를 넘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승리 이후 계속되는 엔저와 주가상승으로 일본은행(BOJ)의 금융정책에 순풍이 불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승리가 확정되기 직전까지도 외환시장에서는 보호주의 통상정책을 주장해온 트럼프의 당선이 강력한 약달러 정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트럼프가 당선되자 시장 흐름은 급변했다. 일본 재무성 내에서는 개표일인 9일 오후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엔화가치가 한때 달러당 101.19엔까지 급등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보호주의적 색채를 뺀 승리 선언을 내놓자 시장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온건해진 트럼프의 발언에 힘입어 시장의 관심이 트럼프 경제정책 가운데 법인세 인하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 규제 완화 등 긍정적인 면면으로 집중된 것이 미국 금리 급등과 달러화 강세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발 엔저’ 현상이 지속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장의 관심이 보호무역주의 등 트럼프노믹스의 ‘그림자’ 쪽으로 향하거나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압력 등 경기부양책의 부작용이 부각되기 시작하면 달러화가 단숨에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트럼프 당선 이후 첫 공식석상에서 연설한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앞으로도 시장 동향을 주시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 또한 트럼프 효과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신문은 일본 경기전망에 대해서도 트럼프 당선에 따른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내각부가 발표한 7~9월 일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5%, 연율 환산 기준으로는 2.2%로 시장 예상치(연율 기준 0.8%)를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여전히 가계소비와 설비투자가 뚜렷한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한 가운데 미국이 보호주의를 강화해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경우 향후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생산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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