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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비, 재미의 시대] 몰입감 살리는 게 콘텐츠 재미의 핵심

국내 영화 중엔 ‘무림여대생’(2008)과 ‘세븐 데이즈’(2007)가 있다. 무림여대생은 주인공이 무림계 공적인 흑범이라는 인물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게 되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세븐 데이즈는 승률 100%를 자랑하는 유명 변호사의 딸이 납치된 후 주인공이 아이를 구하기 위해 살인자의 변호를 맡는 과정을 그렸다. 두 영화에 대한 선호도는 사람 마다 다를 수 있다. 납치 소재가 느껴지는 관람객이라면 좀 더 이색적인 소재를 다룬 여대생 무술 고수 이야기에 흥미를 느낄 것이다. 그러나 흥미 있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무림여대생>은 흥행에 크게 실패했다. 겨우 2만7,000여 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을 뿐이다.

이에 반해 <세븐데이즈>는 2백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아서 대조를 이루었다. 왜 그럴까? 그것은 영화를 보고 관객이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재미 경험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무림여대생은 흥미로운 소재에도 불구하고 현실성 없고 진부한 무술 동작, 평면적인 연출, 짜임새 없는 스토리 전개 등으로 관객들을 몰입시키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세븐데이즈는 다소 진부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로 관객들을 몰입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재미를 느끼게 되는 과정은 ‘흥미→몰입→쾌감→동경’의 4단계로 풀이될 수 있다. 몰입은 순서로는 두 번째 과정이지만 영화 감상처럼 긴 시간 콘텐츠를 경험할 때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만큼 중요한 과정이지만 사람들을 영화에 몰입시키기는 쉽지 않다. 게임에서도 다르지 않다. 로봇이 등장해서 전투를 하거나 멋진 전투기로 공중전을 하는 등 흥미로운 소재로 만든 게임은 많지만 1~2시간 동안 계속 게이머를 몰입시킬 수 있는 게임은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을 몰입시킬 수 있을까? 대중을 몰입시키기 위한 기술적 요소는 복잡하다. 가장 중요한 요소들은 현실감, 매혹감, 제어감 그리고 추동감이다. 현실감은 콘텐츠 사용자가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감각적 내용들이 콘텐츠가 의도하는 경험과 매우 유사할 때 충족된다. 매혹감이란 감각적으로 멋있거나 아름다운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몬스터 캐릭터 등과 근접전을 벌이는 게임이라면 칼과 같은 무기를 휘둘렀을 때 시각 및 음향 효과는 실제보다 더 멋있고 강렬해야 한다. 제어감이란 영화의 주인공, 혹은 게임의 사용자가 매우 유능하게 느끼지도록 것이다. 추동감은 어떤 선택이나 행동을 하도록 자극받는 상태를 뜻한다. 영화 속 인물이 위기에 빠지는 실수를 하거나 거기에서 헤어 나오려고 노력을 할 때엔 그러한 행동을 유발하는 추동감이 필요하다.



무림여대생은 이 같은 몰입의 요소중 특히 현실감 부족의 한계를 보였다. 숙련도가 떨어지는 무술 동작 등으로 인해 여주인공은 별로 무림 고수처럼 보이지 않았다. 미모의 여배우가 주인공을 맞았으나 현실감이 떨어지다 보니 매혹감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제어감 역시 극중 주인공의 미숙한 무술 동작으로 인해 제대로 살아나지 못했다. 반면 세븐데이즈는 정교하게 구성된 이야기로 현실감을 제공했다. 주인공과 살인자 악당 배우의 연기도 매우 현실적이었다. 이 덕분에 다소 매혹감은 떨어지지만 승률 100% 변호사라는 설정이 주는 제어감과 딸을 구하려는 추동감이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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