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이 차가 지나다니는 4차선 도로 위로 매일같이 뛰어드는 팔순의 할머니가 있다. 빨간 망토를 두르고 알록달록한 오색 우산을 든 채 중앙선을 휘젓고 다니는 그녀는 버스와 택시는 물론이고 일반 승용차에까지 자신을 태워달라며 떼를 쓴다. 심지어 허락 없이 차 문을 열거나 덥석 차에 타기도 한다. 신호도 무시한 채 위험천만하게 도로 한복판을 오가는 할머니 때문에 도로 위는 날마다 아슬아슬한 상황이 이어진다.
동네를 지나가는 모든 차가 자신을 태워주는 차라고 말하는 망토 할머니. 그렇게 억지로 차를 잡아탄 후 그녀가 향하는 곳은 집에서 5분 거리의 교회다. 할머니는 20년 전 모로코에서 교통사고로 큰아들을 잃은 후, 가슴에 묻은 큰아들과 유일한 자식인 둘째 아들을 위해 늘 기도를 드린다. 둘째아들이 살아있는 그녀는 현재 작은 빌라 월세방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 동네 사람들은 할머니가 밖에서 쓰레기를 가져와 냉장고에 보관하는 가하면 상한 음식을 먹기도 한다며, 올봄부터 망토 할머니의 치매 증세가 부쩍 심해졌다한다.
그녀는 춥고 다리가 아픈 이유로 매일 차도로 뛰어든다고 했다. 현재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할머니는 주거급여와 의료급여까지 받고 있지만, 수급비 대부분을 둘째 아들이 관리하고 할머니는 한 달에 한 번 둘째 아들이 현금으로 쥐여 주는 단돈 5만 원으로 생활비를 감당한다. 일주일에 삼일은 무료급식소를 찾아가 끼니를 해결한다는 할머니의 수급비는 어디로 간 것일까.
한편 빨간 망토 할머니가 매일 위험한 차도에 뛰어드는 이유를 공개할 MBC ‘리얼스토리 눈’은 15일(화) 밤 9시 30분에 방송된다.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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