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을 도로 인프라 구축으로 시작했다.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건축업이 발전하고 물류가 활발해지면서 1차 한강의 기적이 시작됐다. 1차 한강의 기적으로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을 통한 2차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데이터 고속도로의 규제 바리케이드를 제거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많은 산업이 초융합하고 있다. 융합을 위한 4차 산업혁명 대응 전략은 기술과 규제라는 양대 축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한국은 국가 경쟁력 26위, 기술 경쟁력 23위, 제도 경쟁력 69위로 당장 시급한 과제는 기술보다 제도임을 보여준다. 즉 한국은 ‘기술이 번 것을 제도가 까먹는 구조’인 상황으로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경직된 법과 제도 때문에 사업화가 지연돼 숱한 4차 산업에서 중국에 뒤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데이터의 수집 및 활용이 절대적이다. 이를 위해 온라인 고속도로를 뚫어야 하나 국내에서는 과도한 데이터 규제로 온라인 고속도로 곳곳에 바리케이드가 쳐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디바이스로부터 발생한 데이터가 온라인에서 편집과 복제를 거쳐 서비스로 융합하면서 최적화된 세상을 만드는 과정으로 제조·의료·관광·교육·금융·자동차 등 모든 산업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융합은 앞의 연재에서 제시한 O2O 평행 모델에 따라 데이터 수집→저장&분석→가치 창출→최적화 과정을 거친다. 즉 사물인터넷(IoT), 생체인터넷(IoB)에서 수집된 데이터가 클라우드에서 빅데이터가 되고 이들이 인공지능(AI)으로 예측과 맞춤의 가치를 창출해 세상을 최적화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부딪치는 규제들을 살펴보면 데이터 수집과 최적화 단계에서는 IoT·IoB 관련 규제, 저장&분석 단계에서는 클라우드 제도, 빅데이터 제도 관련 규제, 가치 창출 단계에서는 AI 제도, 오프라인 서비스 융합 관련 규제가 옥죄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물류·금융 산업에서 O2O 최적화 과정과 상충하는 규제 현황을 살펴보자. 우선 헬스케어 분야의 경우 데이터 수집 단계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공공기관 개인정보법, 의료법 등이 충돌한다. 저장&분석 단계에서는 개인 생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시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 공공기관 개인정보법, 의료법 등이 충돌한다. 가치창출 단계에서는 개인별(보유 질병, 운동량, 수면)로 원격의료와 관련한 의료법, 병원정보를 제3의 의료기관으로 전달하는 데 따른 의료법 등이 충돌한다. 최적화 단계에서는 개인별 맞춤 건강관리를 하는 과정에서 의료기기법, 국민건강보험법, 의료기기 복합인증 등 단계마다 많은 규제가 충돌하고 있다.
금융 분야의 경우 데이터 수집 단계에서는 지급결제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전자금융거래법, 전자금융감독규정,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등이 충돌한다. 저장&분석 단계에서는 소비자의 결제 패턴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이 충돌한다. 가치 창출 단계에서는 소비자들의 신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과 개인정보보호법이 충돌한다. 최적화 단계에서는 최적화된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전자금융거래법, 자본시장법상 투자중개업법 등 단계마다 많은 규제가 충돌한다.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 기업들은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성장·발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이 핀테크·IoT·AI·드론·자율주행차 등 첨단 산업에서 중국에 현저히 뒤지고 있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규제 때문임을 다시 강조하려 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원칙 금지의 한국식 포지티브 규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중국과 같이 원칙 허용을 하는 네거티브 규제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에서는 기술 개발보다 규제 개혁이 우선이다.
창조경제연구이사회 이사장·KAIST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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