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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프락시 통화'의 설움?… '트럼프 탠트럼' 후 절하 폭 亞 신흥국중 최대

대체통화 지위가 발목

기초여건 좋아 자금 몰리지만

시장 불안땐 변동성도 커져

위안화 약세 가속땐 충격 배가

‘트럼프 탠트럼’ 이후 아시아 신흥국 통화 중에서 원화의 약세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대규모 경상수지와 외환보유액, 그리고 3%대에 가까운 성장세 등 탄탄한 기초여건으로 위안화를 비롯한 타 통화의 ‘프락시(proxy·대리)’ 통화로 올라선 게 되레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6원70전 오른 달러당 1,175원90전에 거래를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의 대선 승리 이후 원·달러 환율은 8거래일 동안 40원90전(3.60%) 올랐다. 환율이 올랐다는 의미는 원화 값이 그만큼 내려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화의 가치절하 폭은 아시아 신흥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크다. 말레이시아 링깃(3.34%)이 원화의 뒤를 이었고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대만 달러는 가치가 1.22%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인도네시아 루피아(2.21%), 인도 루피(1.87%), 필리핀 페소(1.84%), 싱가포르 달러(1.75%), 태국 밧(1.43%)과 비교해도 원화의 가치 하락은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원화 프락시화(化)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탄탄한 기초여건 등으로 리스크가 크지 않은데다 유동성마저 좋아 여타 아시아 신흥국에 투자할 돈이 원화에 몰린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 투자가 몰리지만 불안해지면 다시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변동성이 커진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외환팀장은 “트럼프 당선 이전에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것도, 이후 주식·채권시장 등 금융시장에 충격이 타 아시아 국가보다 덜함에도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진 것도 원화의 프락시 통화 성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대선 이후 아시아 주요국 중 금융시장의 충격은 우리나라가 가장 덜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 대선 이후 코스피지수는 0.9%(이하 14일 기준) 하락했고 10년물 국공채 금리도 25bp 오르는 데 그쳤다. 인도네시아는 주가가 4.4% 빠졌고 국채금리는 41bp 올랐다. 5년물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7bp 상승했을 뿐이다. 인도네시아(36bp), 말레이시아(33bp) 등과 비교하면 5분의1 수준이다.



문제는 향후 ‘트럼프노믹스’로 인해 강달러가 기조적 흐름으로 자리를 잡게 되는 경우다. 달러 이외의 대부분 통화가 추세적인 약세로 돌아설 경우 원·달러 환율이 이보다 더 빠른 폭으로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위안화 가치가 출렁일 경우 국내 외환시장에 오는 충격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이미 위안화는 인민은행의 평가절하 행진이 10일째 이어지면서 2008년 6월 이후 8년여 만에 가치가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은 내부적으로 디플레이션 우려 등 위안화 자체의 약세 요인이 있는데 달러가 전반적으로 강세가 되면 중국 위안화도 가치가 더 내려갈 수 있다”며 “달러화가 강해지면 원화도 약해지겠지만 위안화 가치가 내려가면서 원화 가치를 더 끌어내리는 더블 임팩트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외환 당국은 아직은 지켜볼 단계라고 설명했다. 외환 당국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자가 재정을 푼다고 해서 전 세계 채권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는 상황이지만 아직은 실제 거래량이 많지 않은 ‘돈 놓고 돈 먹기’ 판”이라며 ““지금은 트럼프가 어떻게 움직일지 몰라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상훈기자 세종=이태규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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