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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가채점 현장 가보니] '멘붕' 고3 교실..."다들 재수해야 할 판"

어려운 수능에 점수·예상등급 ↓

"어느 대학 지원해야할 지 막막

수시지원 최저등급 맞출지 걱정"

입시기관도 "등급컷 하락 예상"

대입설명회는 학부모 8,000명 몰려

18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에서 고3 학생들이 전날 치른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가채점 점수를 담임선생에게 내고 있다. /연합뉴스




“한마디로 뒤통수 맞은 기분이죠. 다들 재수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에요. 남은 수시전형에 올인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네요.”

수능 가채점이 진행된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경기고 3학년 교실. 학생들은 1년간 짓눌려왔던 수능이라는 무거운 족쇄에서 벗어났음에도 가채점 결과를 두고 이야기를 나눌 때는 심각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부분 모의평가보다 점수와 예상 등급이 낮아져 어떤 대학을 지원해야 할지 막막해 하는 분위기였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올해 수능을 좋은 경험으로 삼고 내년을 기약하자”는 웃지 못할 농담도 오갔다.

송민재(18) 학생은 “국어와 영어는 상위권 학생들도 평소와 다르게 시간이 부족해 마지막에 문제만 읽고 찍은 경우가 상당수”라며 “일부 과학 과목은 응시시간 30분을 두 배로 늘려줘도 못 풀 정도로 어려웠다”고 하소연했다.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졸업한 선배들이 평소에 정시로 지원하면 재수생과 경쟁해야 해서 훨씬 불리하다고 말했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됐다”며 “정시 성적만 놓고 보면 서울 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는 학생은 반에서 손에 꼽을 거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상위권 학생들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김창규(18) 학생은 “평소 수학을 틀리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는 2개를 틀렸다”며 “주변 학교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울대에 수시로 지원한 학생들조차도 수능 최저등급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권 학교 일대에서는 내신이 우수해 서울대나 주요 의대 수시를 노렸던 재학생 상당수가 최저등급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입학이 취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학생들은 남은 수시 일정이라도 전력투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권윤혁(18) 학생은 “당장 오늘 저녁부터 논술학원을 다니며 다음주까지 최대한 준비할 생각”이라며 “주변에는 하루에 9시간 강의하는 논술학원을 등록한 친구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입시교육기관들은 국어·영어·수학 모두 등급별 커트라인이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메가스터디에 따르면 지난해 국어 A형은 1등급 컷이 96점, B형은 93점이었지만 올해 국어 1등급 컷은 92점으로 예측됐다. 수학은 원점수 기준 1등급 컷이 가형 92점, 나형 88점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1등급 컷은 이과생들이 주로 응시한 수학 B형은 96점, 문과생이 많이 본 A형은 95점이었다. 영어영역 1등급 컷은 지난해 수능과 같은 94점으로 예상되지만 그 아래 등급 컷은 지난해보다 하락할 것이라고 입시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처럼 예년에 비해 등급 컷이 하락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자신의 점수대로 어느 대학에 지원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날 오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종로학원 대입설명회에는 8,000명의 학부모들이 몰렸다.

이민섭 강남본원문과 원장은 “등급 컷이 하락하고 백분위는 예측 불가능해지면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학부모가 입시설명회를 찾았다”며 “가채점 결과에 낙심한 일부 학부모들은 벌써부터 재수 선행반 등록을 문의할 정도로 혼란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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