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더 발전해서 전설의 선배들에 버금가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9월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10월 신인왕 확정, 11월 최소타수상 수상까지 전인지(22)는 생애 가장 멋진 가을을 보냈다. 21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에서 대역전극을 펼치며 올해의 선수상·상금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타이틀을 거머쥔 전인지는 “(최소타수상을 다퉜던) 리디아 고 선수한테 마지막 홀에서 진심으로 축하를 받았을 때 정말 행복했다. 내년 시즌이 더 기대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유명선수 글레나 콜렛 베어의 이름을 따 베어트로피로도 불리는 최소타수상은 시즌 내내 꾸준한 성적을 낸 선수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선수들이 가장 받고 싶어하는 상으로 꼽힌다. 한국선수가 LPGA 투어에서 이 상을 받은 것은 2003년 박세리가 처음이었고 이어 박지은·최나연·박인비(2회) 다음으로 전인지가 계보를 이었다. LPGA 명예의 전당 입회에는 27포인트가 필요한데 최소타수상에는 1점이 걸려있다. 박인비가 지난해 최소타수상 수상으로 27점을 채웠다. 전인지는 메이저대회 2승에 따른 4점에다 최소타수상 1점을 더해 벌써 5점을 벌었다.
전인지는 치열했던 최종 라운드를 돌아보며 “리디아 고 선수도 그렇고 저도 전반에 뜻대로 안 풀려 후반에 멋진 경기를 해보자는 뜻으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시작했다. 리디아 고 선수가 10~12번홀 연속 버디를 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줬고 저는 제 게임에만 집중하려고 한 결과 마지막 세 홀에서 멋진 버디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제 이름을 전설들(안니카 소렌스탐·박세리 등) 옆에 새기게 됐다는 데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며 “리디아 고는 위대한 선수라는 것을 잘 안다.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도 했다. 또 “저희 팀원 모두가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에 이뤄낼 수 있었다”는 말로 6년째 자신을 가르치고 있는 박원 코치와 외국인 캐디·매니저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지난해 메이저대회 US 여자오픈 우승으로 올해 미국 무대에 진출한 전인지는 지난 3월 싱가포르 공항 에스컬레이터에서 동료 선수의 가방에 부딪혀 허리를 다치는 등 순탄하지만은 않은 데뷔 시즌을 보냈다. 큰 기대를 안고 나간 8월 리우 올림픽에서는 공동 13위에 그쳤다. 전인지는 그러나 한 달 뒤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남녀 메이저 최다 언더파(21언더파)로 압도적인 우승을 거둔 데 이어 지난달 일찌감치 신인왕을 확정했다. 국내 투어에서 뛰던 2013년, 막판 어깨 부상 탓에 김효주에게 신인왕을 내줬던 터라 전인지에게는 더 남다른 상이었다.
4년간 한미일 투어에서 메이저 7승을 포함해 통산 13승을 거둔 전인지는 한국선수 중 가장 높은 세계랭킹 3위를 유지하며 화려했던 시즌을 마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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